글-15)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유명한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대표님께 글을 드리려니 사뭇 긴장됩니다.
각설하고. 본인은 지난 일요일 귀 업소에서 그 유명한 갈비를 사 먹은 사람입니다. 손님이야 제 돈 내고 사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당일 이제까지 쌓아 온 유명세에 너무 걸맞지 않은 업소 운영에 몇 마디 드리오니 양지하시고 다같이 더 좋은 명소로 만드는 데 일조하십시다. 더구나 등산길에 내가 추천한 지라 동행했던 많은 분들에게 불쾌감을 주어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대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은 서비스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 정말 형편없지만 않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갑니다. 그저 내 돈 내고 사 먹을 수만 있다면 다행으로 여기는 편이 많답니다. 대표님께서도 다른 업소에서 그런 일을 당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간지럽게 서비스랍시고 알랑거리면 더 불편하잖아요. 그냥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도록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 아니겠어요? 아주 용기(?)있는 업소에 가 보면 ‘나가라. 너 같은 X에겐 고기 안 판다’며 아주 호기를 부리는 경우도 왕왕 있죠.
본인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가까이에서 자주 접할 수 있어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지만 나름대로 공부도 한답니다. 아주 대단한 경우가 아니면 갈비나 불고기 업소에는 잘 가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 좋은 부위가 입수되면 조금 먹긴 합니다. 당일은 동료 교수와 등산 하산 길에 당 업소엘 가게 되었습니다. 나로선 귀 업소가 유명한 만큼 맛은 물론이고 충분히 자랑할 만 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답니다. 들어서서 연못 옆으로 안내하기에 원형탁자에 앉으니 의자가 불편하여 예약이 없다면 평상에 앉겠다니 종업원이 아직 청소가 안 되었으니 그냥 앉으시라 하여 ‘손님 편한대로 해 달라’했으나 들은 척도 않고 가 버렸고, 이후에도 다른 손님들이 그 자리에 앉고자하였으나 한결같이 앉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본인 생각으로는 아마 평상은 서빙하기가 불편한가 봅니다. 또한 일단 메뉴판이 없습니다. 뭘 알아야 시키든가 하겠는 데.... 종업원의 말로는 ‘생갈비, 양념갈비.... 등등 아무거나 시키라’는 겁니다.
우리는 귀 업소에 얻어먹으러 간 게 아닙니다. 더구나 음식은 값도 중요합니다. 대개 형편없는 음식에 먹고 나면 꼭 바가지 쓴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저희는 고기집의 1인분이란 게 주인 맘대로 인줄을 미리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종업원 잡고 말다툼할 입장이 아니었죠. 물론 나중에 더 시켰어야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자 음식이 나오는 모습을 보실까요? 정말 별로 나을 것 없는, 어쩌면 다른 업소보다 형편없는 편이죠. 갈비는 표 안날 정도로 작고 얇고 짧았으나 어디 비교 해 볼 계제도 못되고... 고기는 센 불에 육즙이 배어나올 때까지 한 번에 뒤집어 구워야 육즙도 살아있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답니다. 집게로 찍으면 그냥 풍미가 사라지건만 서빙하는 종업원은 내가 뭐라하든 집고 뒤집고 석쇠에 누르고 하여 어쨌거나 빨리만 익혀 먹고 나가라는 식이어 너무 불쾌했답니다. 내가 동료 교수들에게 사과하고 다음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변명을 해야 했으니... 돈 내고 무슨 기분 나쁜 일입니까? 그리고 메뉴판이 없어 냉면을 먹으려다 밥을 시켰는데 대표님께서도 지금 바로 식단을 한 번 보시죠. 콩나물 조림과 미역 줄기 무침은 학교 급식용으로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양념 게장이 있어 식단이 더 빛나 보이나요? 아닙니다. 다들 몇 만원 짜리치고는 반찬이 재미(?)있다고들 입을 모았죠.
일인당 3만원 정도면 일식이나 한식이면 음식 잔치 수준입니다. 단일 품목의 값이 비싼 건 삼척동자도 알지만 대표님께서도 다른 곳에서 그만한 값의 음식을 시식해 볼 기회를 가지시고 비교 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선회집 다음으로 불고기집이 부도덕한 음식점으로 회자되는 이유를 다시금 되새겨 보세요. 그저 바가지나 씌워 한 몫 잡아 이 더러운(?) 장사 한 시라도 빨리 때려치우려는 심사가 아니라면 너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답니다.
본인이 좀 까다로운 건 사실입니다. 비단 귀 업소뿐만 아니라 시내 유명 업소는 거의 가 본 편입니다. 호텔이야 서비스와 맛으로 승부하니 비교의 대상은 아니겠고. 예전 삼부 외식 사업부에서 운영하던 남강과 지금도 츄라스코를 내는 목장원, 그리고 해운대 암소갈비, 동래관광호텔 내당 등등 한 번 가 보세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본인이 부산의 음식 파수꾼도 아니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인물도 아닙니다. 다만 귀 업소의 유명세에 걸맞는 수준은 유지하셔야 할 테고 또한 부산의 자랑이 될만한 자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사장님이야 종업원들한테 입이 달토록 친절히, 성심성의껏 잘 하라 하겠죠. 그런데 종업원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손님 많아봐야 제 몸만 괴롭고 잘해봐야 저한테는 도움 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손님에게 잘하고 수입이 느는 만큼 종업원에게도 그 이익이 돌아간다면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만.... 친절한 마음으로 미소 지으면 불편이란 말은 없어집니다. 아니면 주인의 입장에서 이젠 벌만큼 벌었다. 빨리 이 장사 청산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비슷하게는 하셔야 할 것입니다. 본인이 별난 손님이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귀 업소 사장이하 모든 종업원도 다른 곳에선 또 다른 손님입니다. 정당하게 돈 내고 특별한 접대는 아니라도 홀대받을 이유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요즘은 사이버 시대라서 소문도 빠릅니다. 제 글이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몇 가지 제안을 할까요? 메뉴표는 사진과 음식의 간단한 재료, 조리법을 곁들이세요. 국제적인 만큼 영어, 일어 정도는 병기하구요. 그리고 종업원 실명제를 하세요. 이름을 걸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잘하는 만큼 대우도 해 주는 거죠. 손님이 많으면 주인만 좋지 종업원은 오히려 일만 많고 저만 괴롭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운영자의 입장에서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많이 서빙하면 급여를 더 많이 주는 방법을 쓰신다면 종업원의 단골도 생길 겁니다. 내가 가는 광안리 불고기집은 그 아주머니 좌석에만 간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신다면 명함에 주소나 메일 등도 기재가 되어야겠네요.
고기는 대표님께서 전문일테니까 언제 한번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요즘 젊은 애들은 깔끔한 카페같은 갈비집도 좋아한답니다. 본인은 귀 업소가 명성을 유지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의견을 개진하는 기쁨을 가지고자 합니다.
귀 업소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며 무궁한 발전을 빌며 이만 총총 줄입니다.
2002.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