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기

여행-2) 무대 밖에서 본 알카자 쇼 -1996.11-

Dr조은샘 2021. 12. 15. 19:02

알카자 쇼는 가장 태국다운 쇼라고 알려져 있다. 그것도 파타야에선 더욱 그렇다. 파리의 리도쇼나 라스베이거스 쇼와 함께 세계 삼대 쇼라고까지 선전을 해대니... 물론 팟뽕 거리의 여러 형태의 나체쇼도 나름대로 유명세가 있고 또한 낙원으로 일컬어지는 푸켓에도 그 나름대로의 명성은 있지만. 파타야에선 꼭 이 게이쇼를 봐야 한다면서 총무인 내가 억지를 써 가며 여행 일정에 넣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장남자들이 펼치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쇼라는 것이다. 알카자란 말 자체가 이태리어의 양성이란 뜻이고... 제법 천 여 석이 될만한 큰 공연장에 들어앉았다. 그것도 일인당 30불이란 거금을 들여... 다들 총무의 농간이 심하다는 둥 쇼 시작하기도 전에 볼멘 소리들이다. 특히 동행한 사모님들의 우려(?)가 여간이 아니다. 일본 관광객이 많고 독일, 호주, 미국 등 서양관광객도 절반은 넘어 보였다. 음료수 한 잔과 빵 한 조각이 배분되고 이내 쇼가 시작되었다. 정말 늘씬한 무희(?)들이 차례로 나와 춤과 노래를 한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노력은 하는 듯 했지만 감정과 정서가 다른 각국의 관광객을 하나로 묶는 데는 무리가 따르는 듯하다. 팝송에 이어 중국 노래, 일본의 엔가가 나올 때 각기 수군대는 분위기였고. 우리 노래 중 김종서의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기대어 아픔을 얘기해야 하는 가...’ 멋들어지게 불러대는 이국 무희의 모습이 이채롭다. 그래도 교수님들은 기대로, 사모님들은 우려로 가득 찬 긴장감이 돈다. 뭐 이런 정도의 반나체 쇼야 서울이나 부산 어디에건 극장식 식당에서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완전나체쇼도 없는바가 아님에 비기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시시해 한다. 언제 게이가 나오려나 하는 호기심에 목이 빠져라 기다려도 역시 쭉 잘 빠진 무희들의 무대만 계속된다. 한참 지겨워 질려는 순간,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지더니 무대 한 쪽에서 아주 예쁜 여자의 얼굴 한 부분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조명이 또 꺼지더니 이내 다른 편 무대 끝에서 준수한 남자의 얼굴 옆모습이 보인다. 조명의 점멸이 점점 빨라지고 두(?) 얼굴의 간격이 좁아지더니 이내 무대 한가운데 양 얼굴을 달리 화장한 한사람이 딱 서는 게 아닌가? 모두들 !‘하며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시시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쇼는 속절없이 막을 내린다.

 

사모님들은 별일(?)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 내리고 남자들은 모두 볼멘 소리다. 재미도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내 처지가 형편없이 딱하게 된 순간이었다. 쇼가 끝나자 쇼에 출연했던 무희들과 사진을 찍는 데 1달러를 내가면 늙수구레한 일본 관광객들은 거의 무희들을 껴안다시피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으나 우리는 바로 숙소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책임 교수님께서 현지 안내인에게 항의하듯 ! 뭐 재미도 없는 걸 30달러니 주고 보니?” 하셨다. 나도 미안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른다. ‘게이 쇼라더니.... 마지막 장면도 시시하기 짝이 없더라....’ 모두 항의조다. 미안한 듯, 놀란 듯 현지 가이드는 한참 허공을 응시하더니 교수님들께서도 역시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하고는 한참 뜸을 들인다. “교수님, 오늘 출연한 가수와 무희 모두 남자입니다. 여자는 한사람도 없습니다.” 하는 게 아닌가? 우리 모두는 쇼가 끝나고서, 무대가 내려지고서야 게이 쇼를 본 것이다. 그렇게 예쁘장한, 젖가슴이 바가지만 하고 둔부마저 안고 사진까지 찍었던 그네들이 전부 남자였단 말인가? 이내 소름이 쭉 끼친다.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라 서로 얼굴만 본다. 우리는 뜬눈으로 보고서도 게이가 안나온다고 볼멘소리만 했던 것이다. 눈앞에 보고도 아니 본 것이다. 태국은 한 번도 외세의 지배를 받아보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지만 버마, 중국, 회교권 등 끝없는 외침에 시달려왔다. 그 결과로 남자는 전장에 나가 무수히 죽은 것이다. 모든 남자들의 한결같은 꿈은 여자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여장을 하고 자라는 남자가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심지어 오늘 출연한 이들처럼 여성호르몬을 주입하여 가슴을 부풀리고 둔부를 여자답게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목소리와 몸매마저도 여자다워진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이들의 평균 수명이 40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역사와 전통을 알지 못하고 눈으로 보는 관광의 허상을 여실히 말해주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지성의 표상인 교수들의 눈마저도... 총무의 위상이 조금은 높아지는 듯 하였으나 나도 무대가 아닌 버스 속에서 알카자 쇼를 본 건 부인하지 못할 일이다. (199610월 방콕, 파타야, 푸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