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기

여행-3) 재미없는 일본 엿 보기

Dr조은샘 2021. 12. 15. 19:03

-후쿠오카,구마모토,구로카와,아소산,미야자키 -1999.3,

-다자이후,나가사키,하우스덴보스 -2000.2,

-도쿄,요코하마,사가미하라 -2001.1-

 

일전에 일본은 없다, 일본은 있다하여 제법 일본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망말은 말아야지 하는 기억을 새롭게 하는 일이 어느 일요일 저녁에 터졌다. 아직 부모님이 계셔서 대개 한달에 두어번 본가에 들르곤 하는 데 그날따라 애들은 두고 둘만 잠시 들렀다가 집에 당도하니 손님이 와 있었다. 연전에 중국 서안 학회에서 구주대학 석사과정 학생으로 본 사코다란 녀석이 이제 박사를 마치고 여자친구 고토미를 데리고 부산서 열리는 학회에 와서는 예고도 없이 우리집을 찾은 것이다. 물론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물으니 피차 힘들었는지 경찰에 물었겠다. 말이 잘 안 통하니 아예 순찰차에 싣고 아파트 단지까지 미용미용하면서 당도하니 우리 장딸이 저으기 놀라하여 내다보는 데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집으로 왔으니... 얼마 안 있어 우리가 귀가하여 이국민과의 뜻밖의 조우를 하게 되었겠다.

 

이듬해 봄날, 이 두 친구의 결혼식에 우리 부부를 초대한 것이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을 처음 접한지라 가벼운 흥분도 가시기 전에 후쿠오카에 도착하였더니 사코다가 나와 있어 결혼식이 열리는 아나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에 거리로 나가 하까다 라멩에 나가사키 짬뽕도 맛 보고... 국민소득 3만달라면 우리보다 3배에 달하는데 그 좁은 집에 난방도 없이, 새 모이만큼 먹는 음식, 무채색 의상에, 생머리, 소형 차량 등 등 어디다 돈을 쓰나했는데 그 답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양가 30여명 정도를 정식 초대하는 데 전날 호텔비부터 모든 경비를 혼주가 다 부담하는 것이다. 평생 모아 결혼식에. 그리고 장례식에 전 재산을 다 쏟아 붓는다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일본인의 종교관도 재미있어서 나고 결혼때는 신도(神道), 자라면서 기독교로 죽으면 불교도로 돌아간다니... 초대된 사람들은 축의금을 내는 데 최소 10만엔(100만원) 이라니...우리는 그만한 돈을 준비하지 못하여 둘 이름으로 3만엔 하는 데 그치고... 결혼식의 시작은 불교가 가미된 신도처럼??? 한시간여 끝나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 남여 검정 양복, 기미노가 정장이란다. 우리야 뭘 알아야지? 다음으로 피로연 순서인데... 양가 60여명 큰 홀에 제각기 신랑, 신부의 친분도에 따라 자리 배정을 받고 앉는다. 우리는 신랑 은사석에 외국인 몇 명과 자리를 함께한다. 당일 제일 중요 인물은 신랑의 은사쯤으로 부모보다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사회 생활을 돌 봐 줄 것이어서?? 점심 포함 약 5시간여 진행되는 동안 결혼예복, 흰 기모노, 파티복, 야외복, 평상복 하여 신랑 신부의 패션쇼에 갖가지 최고급 음식이 제공된다. 신부 기모노 한 벌에 1000만원을 홋가한다니... 화려하고 등 뒤는 한 폭의 그림이다. 초대된 이상 축의금 낸 만큼 하루 종일 먹고 즐기고 가시라는 뜻인가? 연회가 끝나면 우리의 우인에 해당하는 신랑신부의 친구들이 작은 술자리를 준비하는 데 이때는 또 각자 돈을 내는 것이다. 마치면 저녁이어 다시 하루를 묵고... 신혼여행 삼아 떠나는 신랑,신부의 차에 동승하여 전 구주를 이틀 동안 다녔다. 구마모토-구로가와 온천-미야자키까지.. 말고기 육회에 하루 종일 옮겨 다니며 즐기는 구로가와 온천에 살아있는 화산 아소산도 보았다. 가는 곳마다 다른 여러 가지 음식과 상품... 보고는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앙증맞은 생품들이 이채롭다. 사코다-고토미 행복하게 잘 살아라.

 

이후 구마모토 신접 살림집에 우리 식구 4명이 초대되어 부산서 하카다까지 쾌속선편으로 후쿠오카-다자이후-구마모토-하우스덴포스를 다녀왔다. 다자이후의 학문의 신을 모신 신사도 몇 백년된 고색창연함이 무척이나 이채롭다. 만든 네덜란드풍의 하우스덴포스는 애들에겐 천국이지. 어른이야 뭐, 그렇고 그럴 뿐. 살인적인 고속도로 통행비에 놀라고...김치도 만들어 보고...젊은 애들 살림살이야 소꿉장난이지...

 

다음으로 처삼촌의 장례식 참석차 동경, 요코하마를 다녀왔는데 남에게 피해 줄까봐 울음소리마저 안으로 삼키며 슬퍼하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 예장에서의 장례의식이 생소했지만 우리도 그렇게 되어 가려니 한다. 200여개의 다른 재료로 만든 요코하마 판 생선초밥도 대단했고... 생선에서 채소까지 신선한 건 무엇이든 샤브샤브 해 먹는 식생활도 새로웠다. 일본의 결혼, 장례식을 보았으니 일본문화의 진수를 보았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숨만 쉬고 사는 불쌍한 일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