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기

여행-7) 신가파(新加波) 또 가 보기 -2004.2-

Dr조은샘 2021. 12. 15. 19:08

우리들 여행이 대개 가 봤다로 끝내기 일쑤여서 특별한 곳이 아니면 두 번 다시 가 보기 쉽지 않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군다나 거기가 해외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두 번씩이나 싱가포르(현지화로 신가파)를 방문하게 된 것은 그곳의 풍광이나 볼거리. 즐길 거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친구가 좋아서이다. 내 성향이야 오라면 가고 또 나도 친구를 초대하기에 인색하지는 않는다. 지난번 싱가포르 방문 마지막 순간에 만난 서사장과는 이후 몇 번 연락이 있어 친구로 하기로 했다. 별로 바쁘지 않아 오래니 가는 거다. 작은놈의 봄 방학이 임박한지라 이틀 빼 먹고, 딸애 졸업식을 12시에 마치고 김해-김포-인천에서 싱가포르 항공으로 55일의 여름나라 행을 감행한 것이다. 항공기도 잘만 고르면 거의 반값 수준으로 여행이 가능하니 4식구 200만원 예산으로 출발하였다. 근데 이 싱가포르 항공이란 게 한 번은 타 볼만 하게 대단하다. 여느 항공기보다 좌석이 넓고 안락하고 개인 TV 모니터가 있어 영상, 음악에 게임까지 가능하니 6시간 동안 별로 지루하거나 심심할 새가 없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오는 것이라 손님도 별로 없어 좌석 4개 쫙 펴서 한숨 자노라면 푹푹 찌는 창이에 도착한다. 겨울이고 건기라 한낮은 33, 아침에도 28도를 넘으니 한밤 에어컨을 켜도 열대야로 잠 못 들어 한다. 내 잠자리 까탈스런건 알려진 바라 별 부끄럼없이 베게까지 준비하였으니...

 

새벽 1시 도착인데도 고맙게도 서사장이 마리아씨랑 나와 맞아 주었다. 지가 오랬으니 당근 호텔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 고즈늑한 여름나라의 첫 밤을 보내고 토요일이라 두 가족이 국경넘어 말레이시아 데사루로 피서(어딜간들 안 덥나?)를 떠났다. 샤레 방갈로 두 칸 얻어 자리를 잡고서 20여키로의 해변을 본다. 여기가 남태평양이란 영화를 촬영한 곳으로 아주 이쁜 곳이다. 덥지만 않다면 뭔들 아니 즐거우랴. 담날 아침 일출도 걸작이고 상쾌한 해변 런닝도 압권이다. 하기야 조금만 달려도 땀이 차고 이내 숨이 막혀 옴은 더하지만 눈으로 즐기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바람이 강한 바닷가라 그런지 모기는 별로 없었으나 방이며 거실 벽에 도마뱀은 심심챦다. 그냥 친구로 지나는 수 밖에.. 까불면 소주랑 같이 마셔뿔라. 귀로에 조흐바루에서 서사장네 지인 두 부부와 그래도 냄새 덜한 해산물요리파티다. 근데..정말 별로인거 아시죠? 현지화, 국제화를 주창하는 나마저도 먹기 힘들더만. 어쨌거나 싱가포르 재입국하는 데도 알려지지 않는 몇 가지 쇼(?)를 하였고... 늦게야 노보텔 호텔에 한 숨 청하고.

 

꼬맹이가 전날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파도가 안경을 채가는 것도 모르고 놀았나 보다. 이국에서 참 어렵게 되었으나 근처 안경점에서 거금을 들여 안경을 맞추니 전부 일제인지라 예정에도 없는 명품을... 다음날은 당초 약속대로 애들만 센토사로 보내고(영어가 있고 지하철이 있으니 놀고 싶으면 열심히 해 보라고...) 우리는 우빈 팔라우 섬을 찾아 나선다. 현지인도 잘 몰라 하는 곳을 찾으려니 어렵기 짝이 없다. 마침 2004에어쇼 현장이라 접근이 힘들어 시내로 나와 세계 최고라는 상그릴라 호텔을 찾아 담에는 필히 여기서 자리라 헛 다짐도 해 보고... 애들이랑 만나기로 한 6시에 호텔 로비에서 이국에서 애들 둘만 달랑 내 보내놓고 기다리니 노심초사 일각이여삼추라. 다행히 정시에 도착해 주니 그래... 공부 좀 못하면 어떠냐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고맙지. 이내 우리를 초대한 자넷 왕이란 여자 의사를 만났다. 친절하게도 차로 데리러 나와서 더더욱 고마웠고...

 

싱가포르에서 차를 한 대 산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란다. 차를 가질 수 있는 허가증에 비싼 차 값 하여 15천만원을 훌쩍 넘는데도 이 집은 차가 두 대라니... 제대로 된 싱가포르 상류층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집엔 둘째 아들놈이 홈스쿨을 한대서 보니 애가 말이 없고 어울리지 못하는 자폐아 같아 엄마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 방이 6개에 욕실이 3개인 집에 방 두 개를 선뜻 내어 준다. 정원엔 온갖 동물이며 식물이 다양하다. 부지런하기도 하시지...

필리핀 가정부가 해 준 저녁을 먹고(전 주민의 80%가 방 2짜리 아파트에 살며 식사는 세끼 전부 밖에서 사 먹는단다. 집엔 냉장고도 없을 정도라니... 좀 여유있는 사람은 이렇게 가정부를 두고 집에서 식사를 하지만...) 남편이랑 이웃 산책에 나선다. 근데 이 자넷이란 여자 의사가 나보다 열 배쯤 말도 많고 완전 동네반장이다. 불과 한 시간여 산책동안 수영장 가진 인도 아줌마-영국 아저씨네, 스코틀란드 출신 컴퓨터 전문가네, 중국인 여자랑 사는 독일 아저씨 집엔 아예 대문을 열고 들어가 우리를 소개하고 같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분의 취미가 모형 철도여서 집 뒤 언덕배기에서 천정까지 전부 철길, 역사를 만드는 중이란다. 내년 개통식에 초대하겠다니... 이젠 별로 더 가고 싶지 않은데 어쩌지??? 근데 이 집에는 한국판 夏日戀歌(아마 여름연가 인 듯) 愛戀, 眞愛事 등등 우리나라 연속극 CD가 지천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족을 못 쓴다니... 제주도가 그리 좋다면서요? 한국 가 보는 게 소원이예요...하며 찬사가 대단하다. 글쎄. 겨울 눈 구경이라면 모를까....한류의 광풍을 실감한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진면목을 보며 많이 생각한다. 우리는 앞집도 잘 모르니... 여유있고 자신있게 사는 모습이 더없이 좋다. 한 여름 밤 꼬박 선잠자고(에어컨이 있어도 28도쯤 되니 잠이 들지 않더만) 다음날 아침 이웃 아줌마들과 산책이다. 우리가 하프 마라톤 정도는 한대니 기절초풍하지. 거기서야 1키로만 걸어도 땀범벅이니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란다. 언제나 밖으로만 나오면 훅! 하고 밀려오는 열기에 항상 멍청할 수 밖에 없다. 정말 부산보다 작은 손바닥만한 도시라서 아침 먹고 크루즈 보트로 싱가포르 항구를 구경하였다. 멀미만 않는 다면 그저 so-so 정도. 여행객중에 영국, 스페인 사람도 있어 서로 웃고 떠들고... 그래. 꽃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사람만 하랴? 마치고 애들만 주롱 새공원으로 보내니 다들 놀란다. 수단껏 구경하고 찾아 오기... 나중에 알고 보니 시내도 다 돌아 다니고 MRT 지하철도 거꾸로 타 보고 온갖 기교를 다 부렸더만. 애들이야 신나지.... 우리는 자넷 식구랑 창이 마을 갯가로 낚시를 갔다. 길도 알아 둘 겸하여... 정말 별 것 아닌데도 예쁘게 포장하여 선전해 놓는 통에 안 가보고는 못 배기게 한 곳이 여기다. 돌아와서 보니 해운대 산책길도 결코 그만 못하진 않는데...

 

자넷 집에 도착하여 쉬노라니 이놈들 전화가 왔다. 구태여 집에까지 갈 필요없으니 오차드로드 구경하고 창이 공항, 싱가포르 항공사 앞으로 바로 가겠으니 거기서 만나쟎다. 이것들이 간이 배밖에 나왔나 하면서도 허락하고 우리는 주인 부부랑 홍콩식 식사를 하였다. 고마운 호의와 친절한 안내에 달리 보답할 방법도 없어 우리가 한팡 쏜대니 기꺼이 안내한다. 모처럼 입에 맞더만. 그래서 담엔 죽어도 홍콩이다. 숨겨 가져간 인삼 4뿌리에 아주 감동한다. 명약처럼 보관하겠단다. 작은 북, 장고 노리개도 아이처럼 기뻐하니 나도 좋다. 근데 공항에 도착하니 전부 싱가포르 항공사인거 있지. 일순 당황. 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연분으로 찾지. 나야 뭐 사는 데는 젬병이지만(신가파에는 별로 사고 싶은 게 없기도하지만...) 글타고 골드라벨 위스키도 한 병도 못 사나 머? 우리야 항상 마지막이 강하자너. ㅎㅎㅎ

이번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으로 충만되어 좋고 애들도 나름의 독립 경험도 좋다.

 

 여행 Tip; 싱가포르는 비자는 필요 없으나 입국시 작성하는 입국카드가 비자를 대신하니 항상 휴대해야 한다. 또한 한 시간이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여서 국경검문소에서 반드시 검사하고 재입국시에도 필요하니 휴지통에 버리는 불상사가 없도록... 말련, 인니에서는 한국인임이 아주 자랑스럽다. 싱가포르 현지인보다 훨씬 평이 좋아 교통 위반에도 덕을 많이 본다. 글쎄... 좋은건지 나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