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3) 適性(재주와 才能), 個性, 成績, 進路
배운 게 평생 학교 공부고 대학교만 20년이나 다닌 장(長)학생이었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례 애들의 공부 문제나 진학, 진로 문제 등을 내게 잘 물어 온다. 내가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게 그것밖에 없기도 하거니와... 내 자식놈에게도 제대로 공부시키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충고라니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그들은 한 마디라도 들고 싶어 한다.
냉정하게 잘라 말은 못하지만 ‘공부야 스스로 하는 것’ 아닌가? 잔소리해서 될 일이면 밤새 잔소리나 할 것이지만 별 수 없이 “네 인생은 너의 것”이라며 일단 책임을 회피해 본다. 우리 애들한테는 학원이고 과외고 얼른 가망도 없었다. 아비인 나의 태도가 이러니 남 말하기 좋아하는 이웃 여인네들이 반상회에서 ‘예은네는 애들을 조질려고 그러세요? 학원 안가면 요새 공부 안 되는 걸 모르시나봐’하고 걱정까지 해 준다고 아내가 전한다. 은근히 학원 정도는 보내야 되지 않느냐는 압력을 가하며... 하여 중3이 되어 아직 열심히 소설이나 읽고 건강하게 뛰어 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도 본인이 학원 노래를 불러서, 학원만 보내주면 성적이 오를 거라 해대서, 이번 여름 방학 들고 단과반 학원을 보냈다. 그런데 이건 마른 장작에 불붙는 식으로 아침 6시 새벽 반부터 오전을 학원에서 보낸다. 역시 어릴 때 학원 안보내길 잘했어. 봐, 안 보내 준다고 하니 얼마나 열심이야. 딸애는 혹시 방학 끝나면 안 보내 줄까봐서 평균점을 93점으로 올리고 어쩌고 하면서 열심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무슨 공부한다고 그러냐. 고2 정도면 몰라도...’ 하며 맨 날 열심히 놀릴 궁리만 한다. 텔레비젼과 컴퓨터 스타크 게임만 제하고는.
그런데 애들의 적성이니 뭐니 하는 건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초, 중, 고 12년 동안 특별히 잘 하는 것 하나 발견만 해도 교육의 보람은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남다른 적성이 어디 잘 나타나기야 하는 가? 딸애도 초5 정도 때 ‘가수 하겠다’하여 ‘하도 같쟎아서 참 좋은 생각이구나 잘 해봐하며 목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해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 거야’했더니 아파트 옥상에서 몇 번 소리 질러 본 모양이다. 켁켁 기침만 나오고 괴로웠던지 이내 ‘가수는 어렵겠고 당분간 다른 하고 싶은 일 있을 때까지 공부나 하지 뭐’. 하여 일단락 되었고 아직도 열심히 숨겨진 적성을 찾느라 노력 중이다.
유치원 이전부터 영어, 음악, 미술에 웅변이나 바둑까지 보내고 어쩌다 가수 흉내라도 한 번 내면 부모 눈에야 내 새끼니까 누구보다 이뻐 보이기야 하겠지. 그걸 재능이 뛰어났다느니 입에 침을 발라가면서 전문학원을 보낸다 개인교습을 시키자느니 한다. 그게 자녀의 얼치기 재주의 환상인줄도 모르고... 또 옆에서는 자기 일 아니라고 부추기까지 한다. 노래나 춤을 잘 추는 게 아니고 공부가 워낙 딸리니까, 따로 잘하는 게 안 보이니까 그나마 그게 돋보이는 겄인데.... 그러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공부라는 게 그리 녹녹하지 않고 그저 공부는 안 되고(아니 하기 싫다보니) 노래나 춤 등으로 연예인 기질이 있느니 마니 한다. 그런 걸 젊은 엄마들이 저 자식만 특별히 잘하는 양 부추기기도 하고...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의 재능에 대해서는 너무 우호적이다 못해 까막눈이 대부분이다. 대개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 하는 데 그게 공부 못한다는 소리고 재능이 없다는 뜻인데 별로 받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기 자식이 무능한 멍청이라는 건 바로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재능을 너무 쉽게 아무데서나 발견되는 것으로 취부하기 때문 일게다.
대개 부모가 생각하는 재능이라는 것은 그 계통에서는 그저 잔재주에 불과하고, 그것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기보다는 불가능 한 것이다. 즉 원숭이 재주 부리는 수준? 그건 원숭이들에게는 놀이고 일상인데 사람들 눈에는 재주로 비치는 것이다. 자주 눈을 가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어린 재능꾼(?)을 보게 된다.
내가 못하니 대단해 보이는 것이지 음악하는 사람에게 눈감고 악기 연주하는 건 별 일 아니다. 그저 몇 번 들어 익히면 된단다. 절대음감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익힌 것일 뿐이다. 즉 재능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비상한 재주와 재능이 있는 자의 눈에이 필요한 것이다. 하수가 고수를 알아보지는 못하고 또 고수의 눈에는 하수가 너무 뻔히 내려 보인다는 것이다. 대개 중,고졸 엄마가 애들 공부와 교육에 더 극성이라는 것이다. 즉 하수가 고수를 보는 격이니 이건 정말 아니다. 음악, 노래만 본다면 요새 각종 오디션이 많고 국내,외 몇 백만명이 거기에 목매달려 청소년 시절을 허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재능이 있었다면 SM, YG, JYP에서 먼저 알고 스카웃 하러 와야 할 것이다. 고수가 자기 돈 싸들고 와서 그 재능을 사겠다고 나타나기 전에는 재능이라 말하지 한다. 유튜브 있쟎은가? 그저 인생의 활력소로만 유지하는 게 어떤가? 또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에서 보듯이 재능이란 상대에게 악몽 정도는 되어야 한다. 신대철, 김태원, 이근형을 보라. 연습이나 배움만으로 불가능한, 고수가 봐도 기가 막히는 무엇이 있어야 재능이라 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야 재능인 것이다. 내 자식이 과연 그런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은퇴 후 무얼 하는가를 보라.
돈 있는 부모가 학원비며 교습소 보내겠다는 데야 내 돈 들 일도 아닌데 입 댈 일은 아니다만 우려되는 점이 이런 어설픈 재능을 재주인양 믿고 세상에 나서봐야 무림고수들이 워낙 많아서 설자리가 없음을 뒤 늦게야 깨닫는다. 너무 늦게 안 것이다. 이불속에서야 만세를 누군들 못 부르냐? 초야에 묻혀 도를 닦을 때야 누구나 자신이 최고인 걸로 안다. 하지만 막상 쨘 하고 세상에 나와 보면 수많은 고수들에게서 오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제 명도 제대로 못 채운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자녀들의 어설픈 재주를 재능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타일러서, 죽어도 그 길로 가야겠다고 고집하여 부모, 자식 세대간, 가정의 평화를 깨지 않도록, 자식들이 단명하지 않게 고수의 마음으로 잘 타이르는 게 교육 아닌가 한다. 더구나 하수인 부모가 부추겨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부모인 당신은 과연 고수 인가? 공자님 말씀에 “생이지지? 학이지지? 곤이지지”라 했건만...
정말 조기에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면 적어도 고등학교는 마치고 일생 동안 할 일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이니 다른 재능이 발견될 땎지 공부나 부지런히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 취미나 적성 혹은 진로 문제는 우리 같은 범인들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다만 원칙과 기준을 몰라 헤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학 진학 시 학과 선택 때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전혀 고민 할 일은 아니다. 다만 60만 수험생 중에 전국에서 수석에서 100등 정도까지는 그런 심각한 고민이 있을 수는 있다. 만점짜리도 많다지만 내 아이들이 399/400점 받기를 기대 할 수야 없는 것 아닌가?
대학은 인생살이와 마찬가지로 한마디로 실력과 경제력이다. 이게 전부다. 전국 1등이라면 서울 법대로 가든 의대로 가든 제 적성대로 갈 일이다. 걔가 부산대학 전기과를 간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문제는 300/400점 받고도 SKY대니 뭐니, 무슨 과를 지망 하려드니 문제인 것이다. 혀는 짧고 침은 길게 뱉고 싶고... 그런 무모한 욕심이 걱정거리인 것이다.
내가 고3 마치고 대학진학을 결정해야 할 때 가친께서 ‘취직 제일 잘되는 데...그리고 서울 진학은 안 된다’ 한마디 하셨다. 이미 결정 난 것이다. 서울대, 연, 고대는 성적과 관계없이 땡이고 부산대 전기과 낙찰이다. 부모님이 하숙비 대 주실 능력만 있었더라면 서울 유학했으려니..... 취직 걱정만 없었어도 지리나 역사, 문학이나 국어를 했으려니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이나 이 전기쟁이 짓을 하고 산다. 나처럼 머리 나쁜 사람은 박사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해서 부산대학교만 20년이나 다닌 장(長)학생 짓을 했다. 용기가 있었더면 유학을 했을 수도 있었으련만... 지금 생각하면 무엇 하나. 역사나 인생이나 공히 생방송 중이고 IF는 없는 것 아닌가?
다 죽은 자식 불 만지기 아닌가? 죽도록 벌어 먹고 사느라 전기쟁이를 하였지만 정말 싫었다. 그러나 생존만이 정의가 아닌가? 그 일 외에 더 돈벌기 좋은 일이 있었다면 당장 했을 것이나 음악, 미술, 체육, 예술로 연봉 1억여원을 누가 보장해 준단 말인가? 전기쟁이를 마친 지금에야 영어를 하게 되어 적성과 돈이 반반이다. 나이 50넘어서야 겨우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적성만으로 살려면 80은 되어야 하나? 아하, 100살에 행복하게 죽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아프지 않고 고통없이 안락사가 가능할까? 공부 안하기를 목표로 하면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
적성이 안 맞아 못하는 게 아니고 못하니 적성이 아닌 것 같은 것이다. 공부도 그렇다. 스트레스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스트레스인 것이다. 무슨 노벨상 받을 떼 공부 할 건가? 혹시 ‘나도 전기가 아닌 다른 일을 했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해 보지만 인생은 생방송 아닌가? 녹화도 안 되고 NG도 없는 것 아닌가? 사실 나의 경우라면 나는 고등학교 지리 선생이 제격이다. 아님 역사나 국어 선생 정도도 걸맞을 것 같기는 한데... 영어를 실컷 한 후인 지금은 학원 영어회화 선생이 제격 일게다. 그야말로 영어 단어 하나로 한 칠판에 한 시간은 썰을 풀어댈 자신은 있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 공부? 정말 별것 아니다. 그리고 공부로 성공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 다만 다른 생존 방법이 없으니 적당히 직장 다니는 범인으로 살아가는 방편일 뿐이다. 대개는 공부도 잘하는 애가 예술에도 조예가 있고 능력도 되는 것이다. 의사 친구가 관현악단을 한다기에 너 정말 나보다 낫다고 칭찬한 바가 있다. 우리는 공부 한가지만도 버겁고 또 벅차다. 언제 악기 할 시간을 내냐고? 참 악기 살 돈도 없다. 그래서 범인인 것이다 겨우 몇백만원 월급쟁이나 하려니...
자주 길게 누워 시집을 보곤 한다. 소설이나 시문학에 향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별달리 볼 책이 없어서인데 아내는 핀잔인지 부러움인지 ‘시인 하실 걸 잘 못 하셨네요’한다. 아들놈은 방학 중 일기를 쓴다. 언젠가 살짝 본 일기에 ‘공부’라는 시를 써 놓았다.
“하여도 하여도 끝이 없는 공부....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수학,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읽기, 뛰어도 뛰어도 끝이 없는 체육,
....... 그러나 아니할 수 없는 존재, 공부.....”
아내는 ‘시집은 아버지가 읽는 데 시는 어이 아들이 잘 쓰는고’ 하며 놀리지만 나는 안다. 아들놈이 시인의 자질이 있어 시를 쓴 게 아니다. 다만 길게 일기 쓰는 것보다 시 한 수 긁적거리는 게 일기장 칸 채우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자주 시를 쓰곤 한다는 것을..... 이마저도 쓰기 싫으면 피카추 만화나 그린다는 사실을.........
50대에야 깨닫는 몇 가지........
사족(뱀 다리)
공부....학습이라 했다.
배울 학, 익힐 습...한 번 배우면 열 번을 익혀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직금의 학생들은 10을 배우고 겨우 한번 익힌다니...애시당초 공부가 잘못 된 것이다.
그래서 100에 하나나 겨우 공부 한다고나 할까? 선생도, 부보도 학생 본인도 모르니 잘 안 되는 것이다. 공부....참 애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