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후기

후기-12) 통일 아시아드 부산 바다 하프 마라톤 후기

Dr조은샘 2021. 12. 17. 13:25

(참여정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동백섬-광안대교 왕복)

 

작년 915일 광안대교 개통 기념으로 1회 바다 하프마라톤 대회가 있어 런닝 입문 1년 여만에 생애 첫 공식대회 10km58분에 달리고 올 45일 경주 벚꽃 마라톤대회 하프에 원정 출전하여 완주한 바 있어 명실공히 초보 런너 대열에 끼게 되었다. 여름 내내 잦은 비와 높은 기온과 습도에 조금도 연습 기록을 단축하지 못하여 노심초사하였더니... 아니 이제쯤은 제법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달릴 때마다 그마만한 고통은 여지없이 나를 짓눌러대니 이거 미칠 지경이다. 호기있게 신청하고는 거의 두어달을 완주도 못하는 것 아닌가하는 작은 스트레스에 쌓여 그간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내왔던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경주 벚꽃 마라톤 이후 딱 6개월 후 가을날 휴일 아침이 찾아왔다.

 

전전날 개천절이라 좀 무리한 산행으로 양 다리가 꽉 묶여있다. 이러다 중간에 쥐날거야하며 낙오 핑계거리를 만들어 출전이다.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가을 하늘은 높아만 가고... 가는 새털 구름에 맞바람이 살랑살랑하여 더없이 좋은 날씨다. 15,000명이 동시에 달리노라면 왕복 8차선도 꽉 들어차 앞사람의 뒤꿈치에 걸려 제대로 보폭을 내닫지도 못한다. 해운대 올림픽 동산 시네 파크를 출발하여 동백섬으로 향한다. 나야 당근 맨 뒤에 쳐져 1키로 6분대로 뒤따른다. 기록세우느라, 입상을 노란 달림이들은 내가 동백섬 입구에 다다르자 이미 한바퀴 돌아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나야 완주만 하면 될 것 아닌가. 외지에서 원정 온 주자들이 모두 나를 앞 질러 간다. 두어라 변견도 홈에선 2점 먹고 들어가는 거 아닌가. 양보하다 마지막에 따라 잡으리라. 3시간 저승사자에게만 안 잡히면 되리라 더 느긋하게 동백섬을 돌아 나와 장산 터널 쪽 광안대교 상판 입구 오르막을 내쳐 오르노라니 진입로 병목으로 서로 어깨까지 부딪힌다. 5키로를 넘으면서부터는 바다 위 광안대교 상판이다. 상쾌한 바닷바람에 기분이야 켑이지. 광안대교 위는 작년 9. 올 정초 신년 해맞이하여 이번이 3번째다. 남들이야 앞서건말건 나는 내 페이스대로...10키로 지점을 지나는 데 아! 60. 이거 너무 페이스를 지킨 것 아닌가? 역대 최저 기록으로 반환지점을 지나며 완주나 하지 뭐 하며 자위한다. 대교가 끝나고 동명정보대학 앞까지 두 번의 오르막에서 발바닥에 접착제라도 붙혔는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눈을 드니 앞에 2시간 10분 페이스 메이커가 있어 죽어도 따라 붙이리라 힘을 내 본다. 돌아오는 길은 대교 하단으로 아직 10키로가 더 남았다. 다행히도 바람이 좋아 땀 한번 안 훔치고도 아직 살아 있다. 15키로... 이제는 완주는 가능하다. 여기서부터 걸어도 3시간 안에는 들어 가겠지하는 자신감에 물 한 컵 마시고 또 달린다. 여기서는 앞으로 달리는 외는 아무 할 일이 없다. 고통을 못 이겨 다리 아래 바다로 뛰어 내릴려도 해경 경비정이 소금쟁이마냥 뱅뱅 순찰 중이다. 자살할 선택권조차도 박탈당한 채 그거 두발만 부지런히 옳긴다. 이미 거의 대부분의 주자들이 완주를 끝낼 시간에 나는 겨우 20키로 지점을 지난다. 시간은 한 바퀴 돌아 또 60. ! 신이시여 감사하나이다. 내가 후반부 10키로를 60분에 주파하다니... 2시간 10분 페이스 메이크를 가비얍게 제치고 앞으로 나서니 다리는 죽어라 무거워도 힘은 아직 남아서 기분이야 정말 나이스 켑 짱이지. 건방지게 추월하는 주자를 100여명 더 세며 결승점을 밝는다.

 

축 생환! 자신이 죽지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전쟁이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란다. 낙오만 않는 다면 런닝도 그에 못지않는 재미와 보람을 준다. 기록? 그런 것 묻지 마라. 신간센에서 일본 총리가 등소평에게 자랑했단다. ‘시속 300키로가 넘는 답니다’. 등소평이 시큰둥하게 이 좁은 섬나라에 어딜 그리 빨리 갈 곳이 있다고?’ 피로를 회복할 사이도 없이 진영 박철환 동문이 졸지에 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있어 다녀왔다. 다음에는 런닝 팬티 차림으로 진영 정도야 한 걸음에 달려가도 되겠지? 내년 봄엔 언더 투(under 2)를 약속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