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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11) 소고기와 불고기에 대한 소고

Dr조은샘 2021. 12. 14. 11:43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고자 함을 사치라 나무랄 사람은 없을 테지만 아는 만큼 맛도 더 느껴지지 않을까 하여 소고기에 대하여 몇 가지 적어 본다.

 

소고기는 크게 살코기, 속 내장, 갓 세 부문으로 나뉘는 데 분류하는 방법에 따라 약간씩은 다를 수가 있으나 여기 대표적인 분류를 적어 본다. 우리 조상들 중에도 음식에 대한 호사가들이 많아서 아주 멋을 부리며 살아온 편린을 엿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살에는 등심, 방아살, 복판, 채받이, 채끝, 안심, 제비추리, 갈비, 사태, 아롱사태, 뭉치, 뭉치사태, 우둔, 볼기살, 양지, 차돌박이, 대접살, 사타구니, 도가니살, 배살, 설깃살, 홍두깨살, 업진살, 등 등이 있다.(등 등이란 말을 유의하자. 더 분류 할 수 있다는 말이고) 속에는 처녑, 고들개, , 벌집양, 안찝, 대창, 곱창, 곤자소니, 만화(이자), , 방광, 지라(비장), 우심(염통), 선지, 깃머리, 우당, 부아(허파), 우신(콩팥), 설두 등이 있으며 갓에는 젓부들기, 쇠머리, 꼬리, 쇠족, , 등골, 우설, 주곡지뼈, 무릎도가니, 앞거리, 걸랑, 골수, 골질, 피질, 반골, 사골 등이 있다.

 

수구레라 하여 쇠가죽 안쪽을 긁어내고, 이보구니라는 잇몸 살을 발라내고, 심줄인 쇠심떠깨, 심줄 사이 살인 흘때기, 심줄보다 더 질긴 별발도 있고, 뼈뜯이라 하여 뼈살까지 알뜰하게 발라 먹는다는구나. 지방마다, 사람마다 쓰는 용어로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목덜미, 치맛살, 꽃심, 치마끝, 날개살, 중치, 안창, 쇠가리, 능성마루, 넙적미, 뒤뚱이, 쇠서, 목심, 부채살, 보섭살, 안거미 등의 명칭도 자주 쓰인다.

 

보편적으로 대별해서 10(29)가지로 나눠 팔기도 한다. 목심(목심살, 제비추리, 부채살, 설도), 앞다리(차돌박이, 꾸릿살, 앞다리살), 양지(양지머리, 업진살, 치마양지) 등심(꽃등심, 등심), 갈비(갈비덧살, 마구리, 갈비살), 사태(앞사태, 뒷사태, 아롱사태, 뭉치사태, 도가니), 채끝(채끝살), 안심(인심, 치마살, 안창살), 우둔(우둔, 홍두께살), 설도(설깃살, 보습살, 도가니살)이 통칭이다. 120가지는 된다고 한다. 아프리카 보디족도 50여 가지로 가려먹는다.

 

고기소로는 주로 암소인데 요즘은 거세소 즉 불알을 까서 기른 소의 육질이 좋다고 하여 암소보다 더 선호한다. 그렇게 불알을 발라 낸 소를 특별히 불친소 또는 악대소라 한다.

 

붉은 살코기는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해서 얼치기들이 안 먹는다고들 하지만 음식물 중 육고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라도 많이 먹어 두면 좋지. 동물성 기름기를 섭취하여야 지용성 비타민도 잘 흡수되니 음식은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함이 지당하다. 특히 소고기는 20% 정도의 고단백 식품이고 5-40%까지 지방은 부위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잘 골라야 할 테지.

 

지방이 많은 갈비, 윗 등심, 아래 등심, 꽃등심, 방아살, 복판, 채받이, 채끝, 살치살, 꾸리살, 안심, 제비추리 등은 구워 부드럽게 먹을 수 있고... 기름기가 거의 없는 우둔, 설낏살, 차돌박이, 양지, 아롱사태, 뭉치살, 앞뒤 사태는 찜이나 조림에 맞고 불고기나 구이로도 좋다. 탕은 갈비, 홍두께, 사골, 도가니, 쇠족, 쇠머리, 꼬리, 업진살 등이 좋고...

 

 

내장 국거리로는 질긴 양, 곱창부분, 부아, 선지가 좋고 찜에는 곤자소니가 으뜸이다. 내장구이도 그 독특한 맛이 일품인데 우심, 우신, , 곱이 각기 다르고 횟감으로는 간, 처녑, 고들개, , 두골, 등골 등이고 횟간은 핏물을 잘 빼야 냄새가 없고 비위 약한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데 우유에 살짝 담그면 그 냄새가 덜하다. 생간에는 철분을 비롯한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살코기보다 월등하다.

 

요즘 양, 대창, 곱창, 막창 등등이 유행인 듯 한데.... 좀 어렵지만 알고나 먹자. 소는 위가 4개다. 그 첫째 위를 반추위(전체 위의 80% 정도로 크다), 둘째 위는 벌집 모양으로 생겨 벌집위라 하며 그 두꺼운 줄기 부분인 깃머리 편육 찜 맛이 가히 일품이다. 옛 말에 돈두레 편육 찜만한 음식이 없다고 했다. 1, 2 위를 양, 깐양이라 부르고 주로 국이나 전골로 먹는다. 이 양을 무르게 삶아 편육으로 만든 것이 양숙편인데 이는 임산부나 노인의 보양식품으로 으뜸이다. 양은 너무 오래 굽거나 익히면 질겨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이 깐양 중에 제 1위의 두껍고 좁은 양깃머리가 특양으로 구이용으로 압권이다. 벌집양이라면 확실하지만 소 한 마리 잡으면 겨우 한두 줌 나온다는데 식당 메뉴판은 죄다 특양이란다.

 

솥뚜껑을 오래 달궈서 기름을 두르고 급히 볶아 내면 맛이 좋다고 예로부터 알려져 있고. 대창은 소의 큰창자로 부드럽고, 동물성 기름인 곱이 많다. 소의 작은 창자인 곱창은 섬유질이 많아 질긴데 곱이 있어서? 아니면 꼬불꼬불해서? 곱창이라 한단다. 안찝, 대장, 직장, 소장, 기름기가 많은 곤자소니 등이 있는데 갈라 양념하여 구워도 먹고 전골은 미리 무르게 삶아 썰어서 양념하여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인다. 지금이야 거의 사라졌지만 양과 처녑으로 빚은 만두 맛도 일품이었으리라 사료되고...

 

한 부분도 버리지 않고 알뜰히도 먹는다. 우리 민족이 소를 가까이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 데 오죽하면 산 식구라 하여 생구(生口)라 일렀을까. 소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가축인 만큼 식구처럼 성장 단계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암소의 뱃속에 든 새끼는 배냇 송치, 갓난 송아지는 송치, 뿔이 날 나이 때는 동부레기,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천방지축을 부룩 송아지, 코뚜레하지 않고 목에 고삐 맨 놈은 목매기 송아지, 중송아지 만한 녀석은 어스럭 송아지로 부르며 다 자란 수소를 황소라 한다. 남쪽 지방에선 황소를 길치라 하고 특히 성질이 사나운 싸움소를 찌러기, 달구지 운반용 큰 소는 차부소라고도 불린다.(시인들이나 골라 쓸 말 아닌가?)

 

고기를 직접 도축하면 틀림이 없겠지만 살 때는 생육, 냉동 할 것 없이 빨간색이 고루 빛나는 선홍색 고기를 고르고, 등심이나 안심은 비싼 만큼 양이 적으므로 흰 기름이 대리석 무늬(마블링)처럼 자르르하게 양 사방으로 퍼져있는 것을 골라야지. 상강육(霜降肉)이라 이름하여 눈결정체 무늬, 서리 내린 것처럼 기름이 고루 퍼진 부위가 있고 꽃등심이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

 

서양사람들은 지방질이 적은 어린 송아지 고기를 좋아하는데 어린 소의 허리 살을 로인(loin)이라 하는 데 너무 그 부위를 좋아한 나머지 경()이란 귀족 칭호를 주어 서로인(Sir-loin)이라 할 정도로 좋은 고기에 대한 찬사가 대단하다. 에드워드 2세 왕이었다던가?

 

우리나라 수원에서 유래한 왕갈비는 왕이 먹던 갈비라던가? 정조 때 조성된 화성에는 자연 소가 많았기에, 갈비 양쪽에 갈 집을 넣어 큼직하게 소금 간을 하고 후추, 설탕, 파로 즉시 양념한 왕갈비는 양반만 즐기던 음식에서 상민도 먹는 음식이 되었다. 이것이 갈비의 대중화의 시초라 볼 수 있겠지. 삶은 음식은 가정용으로, 구이는 잔치용이다.

 

갓 잡은 생고기는 질기고, 하루 동안은 차츰 근육 강직이 진행되므로 섭씨 1-5도 정도에서 일주일 이상 보관 숙성시켜 단백질이 적절히 분해된 후라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잡은 후 2-3일 지나면 반드시 냉동실에 보관하여야 하고 진공포장 냉동육은 90일까지 맛이 변하지 않는다. 조리 하루 전날 실온에서 자연스레 해동하여야 육즙이 보존되어 맛이 달아나지 않는다. 반드시 조리 직전에 썰어야 맛이 달아나지 않고... 고깃결과 직각이 되게 썰어 씹는 맛이 부드럽게 하는 지혜도 잊지 않도록...(무슨 잔소리까지?) 혀 속임 맛의 사치라 나무랄까 두렵긴 하지만, 알고 먹는 만큼 맛과 먹는 멋도 생기는 것이라니까 모르는 게 자랑 일 수는 없나보다.

 

불고기는 역시 양념이지만, 좋은 부위를 준비하여 숯불에 구워야지. 숯은 다공질로 흡착력이 강하여 박테리아나 독소바이러스를 죽이고 탈취능력도 탁월할 뿐 아니라 음식물 내의 수분을 유지시키면서 익히는, 요즘 유행하는 원적외선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숯은 고기가 탈 때 나는 고약한 냄새를 없애주기도 하지. 대개 쓰는 숯이야 만든 것 아니면 기껏해야 흑탄, 백탄 하는 밤나무 참숯 정도 일 테지만 굳이 까다롭게 굴자면 이 숯이야말로 정말 호사가 아니면 골라 쓰기 어렵다.

 

요리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중국 어느 시장 터를 가더라도 예외 없이 뽕나무 장작더미를 이고 파는 광경을 자주 본다. 옛말에 처녀가 애를 배도 제 할 말은 있다고 했는데 과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했는데 여기에 등장할 나무가 바로 뽕나무인 것이다. 즉 뽕나무에 걸터앉아 있었더니 애를 배게 되었지 자기 부정은 아니라는 변명이 바로 그것이다.

 

뽕나무는 예로부터 양기의 대명사로 특히 남쪽으로 난 가지를 상남지(桑南枝)라 하여 가지를 자르는 것조차 불경스레 생각하였다니 자연 뽕나무는 고목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산에서 자생하는 산뽕나무로 만든 숯이라면 최고의 호사 아니겠어? 대나무 숯이 숯의 제왕이라지만 아직 대나무 숯불구이라는 말은 들은 적은 없다.

 

이야말로 식도락(食道樂)에 색도락(色道樂)까지 겸비하는 격이 되는 것 아닐까?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테무진의 징기스칸 양고기 방패 철판구이나 투구에 물 끓여 얇게 쓴 고기를 토렴해 먹던 샤브샤브도 이 뽕나무로 해 먹었음이 틀림없을 테고....

 

불고기는 겨울철에 먹어야 제대로다. 냉동과 해동을 적어도 세 번 정도는 거쳐야 했으니 우리 조상들이야 겨울 아니고야 제대로 고기 맛을 못 느꼈겠지? 전반적으로 고기도 부드럽고 영양도 풍부하여 질이 좋을 때고. 설야멱(雪夜覓)이라 하여 눈 내리는 밤에 먹는 쇠고기란 게 있는데 참 숯불 위에 소나무 갈비 재를 얹어 화기를 조절한 다음 살코기를 구워 찬물에 넣었다 다시 굽기를 세 번하여 소금, 간장, , 식초, , 후추, 마늘로 양념장을 만들고. 그냥 갖은 양념이란 말은 너무 무책임하여 불만이다.

 

오죽하면 양념이란 말이 약()을 염두(念頭)에 두고 한 말일까? 장맛이 36가지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음식을 하는 집이니 가가호호 맛의 차이야 있겠고. 불고기를 구워 밀가루나 들깨 꽃가루를 살짝 뿌려두면 맛이 오랜 동안 달아나지 않는 지혜도 알면 더 좋고. 깻잎에 싸 먹으면 탄 자국에서 생기는 암 예방에도 좋다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이야 맛, , 모양, 색깔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테지만 그 마지막이 소리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맛과 소리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에는 반드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잘 익은 김치가 와싹씹힐 때의 경쾌함, 정통 중국 코스 요리의 마지막에 찹쌀 경단의 그 바싹하며 씹히는 소리....

하여 설야멱이라는 눈 위에 두었던 고깃점을 석쇠에 올리는 순간 빠지직하는 귀로 맛보는 소리의 맛이란.... 눈이 없는 계절에는 쌀뜨물에 살짝 담갔다 굽기를 하면 치직~~하는 소리가 더욱 맛갈지고 고기도 더욱 연해진다. 맛과 멋이 같다는 수필을 다시 되뇐다.

 

불고기는 숯불 강도, 잿불 두께, 화기 근사 거리, 석쇠 열도의 정도에 따라 방, , , , , , , , , , , 낙 등 등 15가지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치 한우에다 소나무 갈비 재로 다스린 산뽕나무 숯불구이라.... 이야말로 신토심불이(身土心不二)의 압권(壓卷)이 아닐 수 없다. 불고기는 센 불에 충분히 달군 팬에 재빨리 타지 않을 정도로 아랫부분이 노릇하게 익고 위쪽에 땀을 흘리듯 육즙이 배어 나올 때 곧장 뒤집어서 한 번만 굽는다. 두 번 구우면 육즙이 달아나 그 풍미가 덜하고 고기가 딱딱해져 질기기도 하고. 고기를 구울 때 포크로 찍어서는 풍미가 다 달아난다. 집게로 살짝 뒤집어 육즙을 보존하여야 그 맛이 달아나지 않을 것이고.

 

양념 없이 두껍게 구워 먹는 스테이크도 레어로 굽는 것이 육즙을 즐기는 방법일 테고... 광우병 촛불 소동으로 알게 되었지만 초지에 방목한 소와 소 공장에서 사료 먹인 육우가 많이 다르다. 젓소에 육우에... 육고기가 풍부한 미국인들은 14짝 갈비 중에 유독 6.7번 갈비만 고기로 친다. 등뼈에 붙은 6.7번 갈비만 T자로 잘라 구운 것이 T-bone 스테이크다. 용산이나 진해 군부대 내 미군 식당에 가면 한 번 쯤 맛 볼 수 있다. 그 외 버리는 나머지 갈비를 잘라서 구워 먹는 게 LA갈비라 던데...맞나 몰라. 비싼 스테이크 집에 가면 레어? 미디움? 웰던? 묻는다. 육즙이 살짝 배어 나오면 좋은데... 그냥 잘 구워 주세요(웰던) 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서양식 스테이크나 생고기 소금구이 등은 예전에는 심부름하는 아랫것들이 양념하고 재고하는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 황급히 불 위에 익혀 먹는다고 해서 방자구이라 했을 정도로 격이 낮은 음식이었으나 요즘은 버젓이 방자구이란 메뉴가 걸려있는 곳도 있다. 알고나 먹든지 않고. 설야멱, 너비아니구이... 이름도 곱죠? ㅎㅎㅎ

 

우리가 뭘 알고 먹는가 생각해 보자. 동물처럼 아구아구 먹어 시장기나 속여 두는 건 아닌지. 맛의 형의상학적 접근..... 멋과 맛을 동일시하는 건 너무 호사가의 시각인지?

 

좋은 고기? 정말 1인분 20여만원 하는 호텔 음식이 아니라면 그건 복불복입니다요!

 

-사랑이 키스만으로 족하다면 요리사의 명성이 무슨 소용 있으리요?-

-If Love requires Kisses only, of what use is the fame of the 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