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기

여행-5) 호주 켄버라 여행기-사람을 찾아서 -2002.2-

Dr조은샘 2021. 12. 15. 19:08

  -사람을 찾아서(겨울에서 여름으로)-

 

전문가가 아니어서 여행을 뭐라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개 처음에는 이국적인 자연풍광을 즐기거나, 문명유적을 눈으로 스치며 관광하는 수준에서 생활습관, 사람사이 등을 경험하는 갈수록 문화적인 측면으로 옮아간다고 한다. 형태로는 공식 방문이나 패키지, 개인관광, 휴양, 초대나 친교가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식 풍광 패키지 여행은 악명 높다. 가는 도중에 내내 자고 도착과 동시에 사진 찍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새벽 6시부터 밤늦도록 이어지는 둘러 본 개수 채우기, 본전 뽑기 여행이 그것이다. 우선 언어문제와 낯선 곳에서의 행동이 편하고, 그게 모르는 사람으로선 안전하고 단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여행이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때때로 초대며 방문여행이 있었으나 이번 여행은 좀 특별했으며 사람을 알고 생활을 느끼고 여유를 가진 생활속의 여행이었다. 호주하면 으례 시드니, 브리스베인, 골드코스트, 시월드, 블루 마운틴이나 좀더 여유가 있으면 에어즈락이 대표적인 관광여행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시드니 항구나 오페라하우스 근처에도 못 가 보았다. 그렇다. 호주 헛 여행한 것이다. 그런데 특별한 대접을 받았던 중국, 일본 개인여행보다 이번 여행의 감동이 더 큰 것은 무슨 연유일까...

 

당초 제임스톰슨씨와 아들인 그램을 정말 우연히 만났다. 그것도 작년 2월 겨울날의 산사에서. 서로 바쁜터라 잠시 보고는 스치듯 메일주소 달랑 교환하고 이내 헤어졌다. 이후 몇 번 메일로 안부를 묻는 정도로 일년이 흘렀고 올해 들어 오겠냐며 초대를 했고 애들 학교, 아내 직장 나 일 제쳐놓고 열흘간의 여행을 기획했다. 마음이다. 처음 봄방학 중 3-4일 계획하였으나 제임스씨가 적어도 2-3주일은 계획하여라 하여 애들 개학식도 빠지고 둘 직장에 휴가 내어 연장을 했다. 그래... 그냥 오래니 가는거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가 보는 거다. 새로운 미지의 땅과 사람을 찾아....

 

1. 여행일정

2/23() 12:00 부산 출발하여 13:30분에 간사이 공항에 도착. 9:30분 오사카 출발, 브리스베인에서 경유 시드니 2/24() 12:00에 내리니 제임스톰슨씨가 나와 계셨다. ! 서로의 믿음이란 게 이리도 중요하구나. 7일간의 켄버라 체제 후 3/2() 07:00 켄버라 출발 12:40 시드니 탑승, 20:30 오사카 간사이 공항 착- 간사이 니코 호텔 13/3() 09:30 오사카 출발-11:00 부산 도착

 

2. 여행계획과 가는 길

물론 단체에 얹혀가거나 홍콩, 말레이항공도 있었지만 호주 쪽이 여름으로 성수기였고 또 인천까지 가는 시간 경비를 포함하면 오사카 경유 JAL이 부산서는 제일 경제적인 방법으로 낙찰되었다. 부산 출발이고 국적기가 너무 비싼 탓에 오사카 경유 일본항공을 세금 포함 성수기 요금과 주말 출발인데도 불구하고 타임반 후배 덕분으로 세금 포함하여 933,000원에 티켓을 샀다. 더구나 최고급 간사이 니꼬 호텔에서의 공짜 1박도 매력적이었고. 거의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서 해결하였다. 공항서 20년만에 고,대학 동창녀석을 만나는 기쁨도 있었다. 큰 짐은 부산서 바로 시드니로 보냈고(send-thru) 모두 일본비자를 발급 받아 갔으므로(예전에는 나만 5년짜리였는데 올해는 애들도 5년짜리 비자였다) 도착 후 바로 지하철로 텐노지역을 거쳐 오사카성에 도착했다(1030). 처음 가는 세계최대규모의 공항은 어려웠다. 다행히도 아내의 일본어가 도움이 되었다. 오사카성을 둘러보고(대인 600, 학생 무료) 모리노미야역에서 혼마치까지 지하철로(220) 가 상업 중심가인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를 둘러보고.

인구 900만 오사카답다. 중국 상해나 북경만은 못해도 명동보다 훨씬 붐볐다. 길거리 다꼬야끼도 사 먹고(200) 본토 돈까스와 우동으로 요기하고(1200) 남바역서 지하철로 되돌왔다.(1030) 지정좌석 JR4000엔 이상이나 하니 지하철 한번 잘 못타면 패가망신이다. 시내 구간만 지하철이고 그 외는 전부 지상 전철 구간이어 구경하기엔 좋았다. 당일 출발은 공항이용료(2650) 면제 신청하여 공짜로 밤 9:3013시간의 죽음의 장도에 올랐다. 난 탈 것은 무엇이건 2시간만 되어도 미리 죽는 시늉부터 한다. 콩코드도 필요 없고 우주 왕복선이나 취항하면 타 볼까하다 작년 말 유럽여행 때 죽어도 장거리 여행은 않겠다고 맹세했건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또다시 장거리여행으로 초죽음의 문턱에 들어 선 것이다. 멀미를 하는 것은 아니나 그냥 무료한 긴 시간을 견뎌낼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다. 기내식에 그라땅인가 뭐가가 나왔는 데 정말 느끼하고 맛이 없었다. 더구나 브리스베인-시드니 국내 구간에선 저공비행으로 기류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흔들려 아내는 멀미 직전까지 갔다. 애들이야 신났지만 나야 당연히 싫지. 죽을 맛이지. ! 무슨 대단한 영화를 맛보려고?

 

3. 만난 사람들

3-1)제임스 톰슨; 자그마한 체구에 외국인 같지 않다. 박학다식에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 지칠 줄 모르는 지적호기심... 워킹딕셔너리. 미스터 노올(Mr. Know-All) 내가 붙인 별명이다. 다양한 장르의 화제가 끊이질 않는다. 나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다변이지만 처음 시작부터 이건 10:0이다. 졌다. 호주 국방성 동남아시아 담당관으로 고위 관리로 베트남, 캄보디아, 타이, 라오스, 필리핀의 군사 문제 책임자셨단다. 재작년에 은퇴하신 연금이 많은 부자 할아버지시다. 캠핑 밴을 사 서너달 호주 대륙을 여행도 하신단다. 전세계에 친구가 많은 국제인이고 한국은 안동, 광주에 꼭 들러고 싶어하는 아주 바지런한 젊은 할아버지다(아직 손자손녀는 없다, 며느리가 없으니...) 1960년에 25세때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셔서 42년간 세 아들을 두셨다. 결혼사진을 보여 주셨다. 매킨토시 PC도 직접 조작하시고....오픈 마인드에 진정한 세계인이다. 나이 든 친구(?) 잘 둔 덕을 톡톡히 본다. 고마비 제임스!

 

3-2) 산드라; 톰슨가 안주인으로 여느 호주 아줌마답지않게 적당히 건강하고 키가 큰 아주 정감있는 제임스의 동반자이시다. 18세에 결혼하였다는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무었이든 배우고 모든 집안 일을 스스로 하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엄마보다 더 알뜰한 살림꾼으로 현역에선 은퇴하고 주 1-2회 부동산 일을 하신다나. 일주일간 한번도 음식을 사 먹지 않고 모두 손수 만들어 제공하면서도 조금도 불편해하시지 않고 이방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신다. 사실 가기 전에 제일 염려했던 사항이 안주인이었다. 제임스씨야 남자니까 호기있게 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방인 4명을 일주일씩이나 재우고 먹이는 일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친구나 친지 누구라도 단 하루라도 초대하여 재우고 먹이고 해 보았는가? 얼굴도 생각도 비슷하고 말까지 통하는데도 말이다. 노부모가 하루쯤 묵고 가신대도 안주인은 그저 안절부절못하는 게 우리의 아내들의 실상 아닌가? 그런데 산드라 아줌마는 너무 의연하셨다. 전혀 불편해 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뭐 도와 드려요? 하면 기꺼이 이것저것 해 달라시며 모처럼의 이방인과의 만남을 즐거워 하셨다. 일주일 내내 한번도 싫은 내색을 않으셨다. 이건 몸에 밴 태도고 언제나 웃으시며 유머를 잊지 않았다. 집안의 중심처럼 버티고 선 모습도 보기 좋았다. 너무 가부장적이라고 나만 미워하고 아내편이다. 그러나 내이야기는 아주 재미있어 하신다. 내 유머를 특히 좋아하여 확실한 내 편인 줄 알았는데...

 

3-3) 로버트; 대학 졸업 후 컴퓨터 하드웨어 일을 하고 있으며 결혼하였으나 지금은 이혼한 상태며 컴퓨터하드웨어 딜러란다. 히피? 아님 여피? 그야말로 별종이란다. 머리도 길고 이마에 붉은 띠까지 메고 다닌다니.... 게이? 호모? 마약 중독자? 한 번도 집에 오지 않아 상상 속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화제에 등장한다. 식구란 같이 있어도 좋고 그냥 따로 떨어져 있어도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4) 그램; 1년 전 아버지랑 같이 한국 여행(부산-통도사-경주-서울-판문점-수원성-민속촌-대전 대둔산)을 한 건실한 청년으로 유머감각이 탁월했다. 나의 영어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반응이 나오고 행동도 한 순간 한 순간이 마치 미리 준비한 듯 자연스러웠다. 어릴 때 이름이 그램이면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킬로그램? 우리보다는 IQ 자체가 한 단위 높은 호주 통계국 간부이다. 석 달 휴가 모아 세계일주도 하였단다. 너무 하는 짓이 우스꽝스럽고 재미있어 저래서야 어디 사무실에서 제대로 근무나 하겠나하는 우려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멘사(MENSA) 회원이란다. IQ로만 따진다면 160이상인데 내가 직접 처음 본 멘사인인 것이다. 피아노도 수준급이고... 김예은 근처에도 못가고 KO . 제임스는 피아노 악보집을 거꾸로 세우고도 열심히 친다. 결혼 때 다시 초대해 달랬더니 너무 많이 늙지는 말라면서 별로 결혼할 의사가 없나 보다. 집은 아파트 따로 있는 데 매일 3:30분 일 마치면(상욱이와 내가 사무실에 있어봐야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상사가 빨리 보냈냐고 물었더니 상사 먼저 보내고 왔단다) 집에 와서 같이 놀고 저녁까지 먹고 늦게서야 되돌아갔다. 화요일 저녁은 자기 새로 산 아파트에 갔었는데 가구는 아직 들여놓지 못하여 횡한데 딱 한가지 카푸치노 커피메이커를 설치하여 홈바처럼 꾸민 게 이채로왔다. 아내가 있어야 되겠다하니 하나로는 부족해서 안 한단다. 여전히 난 커피는 별로야. 넓은 거실에서 김상욱 태권도 시범도 있었다구요.

 

3-5) 앤드류; 자그마한 체구에 어눌한 듯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통으로 일본에서 4년간 아시아관계를 공부를 하였고 우리나라, 중국에 관심이 많은 미래의 투어리즘을 준비하는 학생이다. 애들이랑 친구가 되어 허물없이 놀아주어 보기 좋았다. 키에 비해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매일 운동이다. 중국 이민자 영어 교사로 자원 봉사도 하는 아주 건실한 청년이다.

아내랑 일본어로 대강 의사 소통이 되어 내가 편하다. 일일이 통역하려니 내가 할 짓이 아니었는데... 고맙다 앤드류. 자전거로 보름을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공부는 언제하지? 그래도 ANU(호주국립대학교) 다닌다니 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대니 참 좋은 나라다.

 

4. 호주(켄버라)

늦여름이라 기온은 아침 15, 오후 27도 정도여서 반바지 차림이 편했다. 우리나라 가을 하늘이 자랑이라지만 7일 동안 본 켄버라의 하늘은 너무 높고 푸르고 청명하였다. 황사가 있나, 공해가 있나. 조깅을 해도 숨이 차지 않고 다리에 피로가 쌓이지 않았다. 시차 1시간에 섬머타임 1시간으로 우리보다 2시간 늦다. 호주의 일과시간은 09:00 출근 16:00 퇴근으로 주 35시간 근무다. 직장에서의 휴가는 4. 눈치 안보고 모아서 쓰면 3개월까지 가능하단다. 오후 8시경에 해가 지니 조금만 서둘면 퇴근 후에도 4-5시간 정도 충분히 운동이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점심시간과 오후엔 그리핀 호수 근처와 주택가 인근 무조건 달린다. 어디든지 보행자와 사이클이 우선이다. 시드니-켄버라 고속도로도 달릴 수 있다니 할 말이 없다. 오후 석양엔 개를 끌고 가족끼리 숲속으로 산책이고... 온통 푸른 잔디에 호수와 수풀... 길가에 자주 웜뱉과 켕거루가 차에 치어 죽어 있다. 집 뒤에서 야생 월라비와 켕거루가 떼로 나돌아 다닌다. 집뒤뜰에도 앵무새과의 흰 새와 호주 까치가 날라드니 할 말 없다. 목장에는 이외로 소나 양이 별로 없다. 울타리가 있긴한데 여기가 목장 안인지 밖인지 구별이 안 된다. 다만 길가와 목장의 경계 표시로 설치한 것 같다. 인구 30만명의 그리핀 호수를 낀 계획도시인 켄버라는 정말 푸르고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깡마르고 훌쩍 큰 8등신 아니면 130키로는 족히 될 것 같은 뚱뚱이다. 유색인은 아직 거의 없고 한국인도 수퍼 주인 부부 두 사람이 전부였다. 도로는 한산했고 차량은 거의 도요타, 미쓰비시 중소형이었고 국산은 대우가 절반이상이고 기아가 간간히 보였고 현대소나타는 싸고 좋은 차란다. 공산품은 거의 수입하니 공장은 하나도 없었다. 전기, 수도, 가스 모두 공급되는 7인용 캠핑 밴은 선택사항이다. 요트와 애드벌룬 풍선은 빌릴 정도는 된단다. 주말 아침 풍선에서 먹는 식사가 켑이라고 자랑이네. 잘사는 나라답다. 결혼은 정말 50%정도... 한다는 비율인지 안 한다는 비율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콜라와 기름값은 우리의 절반이다.

음식은 한번도 사 먹어 보지 않아 알 수가 없으나 기본적인 것은 싸고 양고기는 생각보다 싸지는 않았다. 은퇴한 사람은 실버카드가 있어 모든 게 아주 저렴하다. 잘 사는 나라답다.

 

5. 식생활

현지화를 목표로 우리 음식재료는 일체 휴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주 세관에서의 동식물 검역은 까다롭기 이름 나 있다. 꽃이나 모든 동식물류와 과일도 물론 미리 쓰레기통에 폐기해야한다. 아침은 항상 4-5종류의 시리얼과 건포도에 우유를 부어 먹는다. 나는 집에서도 밥을 우유에 말아 먹는 조식 습관으로 아주 편했다. 식사 후엔 커피 한잔하며 거의 두 시간 정도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므로 물 한잔에 애들은 콜라다. 한국의 날 이후엔 앤드류와 나는 녹차를 마시기도 했다. 11시경 출발하여 두 시간 정도 관광하고 점심은 소풍 바구니에 소세지, , 과일을 담아 나가면 어디든 강가나 수풀 속에 바베큐대와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가스도 공짜고 어디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다. 채소와 과일이 별로 없고 생선과 해조류, 조개는 거의 먹지 않았다. 켄버라가 바다에서 300키로나 떨어진 탓도 있지만 거의 빵과 고기요리였다. 아침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같은 음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호주 음식을 주셨다. 채소류는 삶은 완두콩, 브로콜리, 당근채 정도로 색을 맞춰 곁들여 먹는다. 화요일 저녁에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내가 미리 준비해 간 타임지가 뽑은 인류가 섭취해야 될 10가지 음식물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생각보다 소고기 덩어리를 먹는다거나 캥거루 고기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돼지고기 바비큐로 기름을 싹 빼고 썰어 먹고 금요일 저녁은 내가 요청하여 양고기(램챱)를 바비큐 해 먹었다. 연하고 맛있었고. 매일 저녁 호주 포도주를 다양하게 맛보았고 100년 된 꼬냑도 한 잔. 치사하게 더는 안 주더만. 대를 내려오며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나?

 

6. 의생활

운동을 많이 하는 탓인지 복장은 자유롭고 편했다. 생각보다 양털 제품은 보이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수수했다. 우리나라 옷보다는 요란하지 않은 중간색이고 덜 다양하였다. 거의 정장류는 남녀 공히 검정색이 많았고 일상 실외에서는 선그라스를 착용한다. 참 양은 불쌍해. 양털을 일일이 깍지 않고 무슨 주사를 주고 기다리면 양털이 외투 벗듯 빨간 몸뚱이만 남기고 벗겨진다.

 

7. 주거환경

환경자체야 정말 끝내주지. 톰슨네는 지하1, 지상1층 단독 가옥인데(아파트는 거의 2,3층으로 젊은이를 위해 주택회사가 지어 분양한다) 지하에 방2, 차고, 창고가 있고 지상에 4평 방 3, 거실, 샤워실, 화장실, 조리실, 식당이 있고 길가 앞마당은 잔디밭으로 20여평, 뒤뜰은 예전 수영장 자리를 메워 배트민튼, 골프연습장으로 쓰는 각종 화초, 조경수 울타리, 잔디로 된 30여 평 정도다. 방은 붙박이 장, 책장이 전부고 작은 1인용 침대와 간이 침대가 하나 있다. 실내외에서 거의 신발을 신지 않는다. 심지어 강가나 시내 수영장 갈 때도 맨발이다. 방 위편에 신발을 벗어 놓고 폭신한 카페트 바닥의 감촉을 즐긴다.

 

8. 한국의 날

언제, 어디서든 그 날을 기억할만한 추억이 되는 이벤트를 가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유럽 여행 때 스위스에서 급작스레 만든 일행을 위한 작은 생일 축하행사에 강원도 정선아리랑 한 소절! 그리고 마지막 날 뒤풀이 작은 모임! 그런 것이 빡빡하기만 한 여행을 더욱 윤택하게 해 준다. 이번에는 애들까지 동반한 터라 여느 볼거리 여행과는 달라야 할 것만 같아 출발 전에 몇 가지 준비를 하긴 했다. 선물로 녹차와 잔 세트, 하회탈 액자, 윷놀이, 그리고 장구, 소고로 만든 열쇠고리, 작은 목각 신랑각시 인형 등 등. 그러나 첫날 저녁 아내가 멀미로 저녁도 먹지 못하고 자는 바람에 선물 드릴 기회를 없었는 데 음식이야기가 나와 불고기, 잡채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해서 수요일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맡겠노라 하여 한국의 날로 정했다. 사실 2년 전에 이 댁에 형자라는 서울아줌마와 아들이 6개월 정도 홈스테이하면서 영어를 배운적이 있는 데 그때 불고기, 김치, 잡채를 먹어보았나 보다. 마침 아내가 미리 예상하고 갖은 양념으로 만든 불고기 소스를 한 병 준비했다.

여자들은 시내 수퍼에 가서 고기며 애채를 사서 불고기 절여 팬에 구워 내고 잡채도 근사하게 만들었다. 물론 쓴 소주 한잔 카~하고 식후에 녹차 시범이 있었고 자기전엔 윷놀이로 밤늦는 줄 몰랐다. 산드라 아줌마가 중국서 산 마작을 애들에게 가르쳐 주셨고... 하회탈액자를 아주 좋아하셨고 신랑각시인형은 결혼 빨리하라고 그램에게 주기로 했다. 그램은 그날 윷놀이에서 이겼다며 소주를 다 가져갈려다 산드라와 실랑이를 벌였다.

 

9. 삶의 질

잘 사는 선진국이란 어떻게 정의할까? 아직 미국은 남겨 둔 상태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으나 일본, 유럽 한군데도 우리나라보다 좋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일본은 너무 빡빡하게 살아 백성들은 거저 숨만 쉬고 사는 듯 답답하여 싫고, 중국은 복잡하고 더러워서 싫고, 이태리? 온통 시끄럽고 사기꾼 천지란다. 의식주는 세계 최고라니 부럽긴했다. 스위스? 그런 음식 먹고 산다면 뭘 할려고 잘 사려 노력하나 모르겠다. 프랑스? 온통 집시 소매치기 천지다. 조상덕에 잘 사는 거지, 지네가 잘 나선가? 누가 선진국엔 질서를 잘 지킨다고 했나? 온통 불법 주차에 아무데서나 길 건너고.... 일본이 너무 범생이(범생이가 아니라 백성들은 로봇 같다)여서 우리가 비교되어 좀 욕을 먹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러나... 호주에서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 민주 시민으로 대우받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 거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 공연, 전시장이 공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너무 한적하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관람객보다 안내하는 직원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하나라도 더 안내하고 알려주기 위해 귀챦을 정도로 가까이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많다고 했고. 그리고 톰슨네 가족의 관심사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측면보다 보다 지적이고 문화적인 부문이어 그 흔한 동,식물원, 수족관 놀이공원은 안 갔어도 아주 다양한 문화적인 체험을 하였다. 도착하는 날은 국립도서관에서 세계보물전이 있었는데 당일이 마지막 날이었다. 전날부터 그램과 앤드류가 캠핑 밴까지 동원하여 밤새 줄 서 표를 구했다기에 나는 다이아몬드, 보석 전시장인 줄 알았다. 표는 물론 공짜인데 관람을 쾌적하게 하기 위하여 인원수를 500명 이하로 제한하기 때문이란다. 내용은 세계 박물관 소장 희귀본과 위대한 인물의 유품 등이었고 우리나라 삼강행실도와 장영실이 소개되었다. 그게 이번 관광의 최고 하이라이트라고 자랑이 대단했다. 그 외엔 퀘스타콘, 디스커버리 같은 애들 과학관의 지진, 태풍, 번개 등 체험을 모두 공짜로 직접 해 볼 수 있었다. 야생동물공원에서 에뮤가 점심 먹는 바로 곁에서 밥 달라고 해서 애들이 질겁했고, 야생코알라, 켕거루, 각종 조류, 그리고 가는 길에 NASA 호주 우주센타와 천문대에도 들렀다. 제임스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국방성과 관련이 있는 전쟁기념관을 보여 주셨고 우리는 한국 전쟁관과 우리나라가 세운 기념비를 찾았다. 입장료 낸 기억은 테슬라 타워(시내가 다 내려 보이는 전화사 송신탑) 갈 때 대인 3, 은퇴자와 소인 1.5(1A$=690), 그리고 야생공원입장료 가족 20불 정도였다. 인근에 있는 천문과학센타도 끝내주는 풍광을 자랑한다. 물론 공짜!

 

10. 가족 생활

 제임스 아저씨는 부지런하고 다정다감하다. 음식 준비도 식구 모두 교대로 하였고 식후 커피와 설거지는 거의 아저씨 담당이었다. 나로선 영 스타일 구겨지는 순간이나 은퇴 후엔 나도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아내에게 헛 약속을 했건만 제임스씨는 그게 몸에 배어져 있었다. 화요일에는 그램의 새 아파트에서 카푸치노 커피를 대접해 주었고 목요일 저녁은 앤드류 책임으로 생선수프와 닭고기 구이가 나왔다. 다른 사람은 모두 운동하고 즐기는 동안에도 식사 담당은 열심이었다. 우리도 둘째 날부터 숲으로, 목장으로 조깅을 했다. 울타리는 그냥 경계표시외 더 이상은 아니다. 누구나 훌쩍 뛰어 들어가면 안이 어딘지 밖이 어딘지 구분이 안 된다. 남자는 자전거로 몇 십 분이나 달려 시장도 보아 온다. 남과 녀, 아들인지 부모인지 구별이 없다. 서로 우스꽝스런 모습과 이야기로 친구같다. 식구대로 차는 한 대씩. 특히 식생활이 간단하여 준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스트레스가 없다. 모두 외국과의 교류 경험이 많아 편했다. 제임스씨는 국방부 동남아 담당으로 자주 다녔고 그램도 거의 세계일주 수준이고 막내 앤드류도 일본서 유학한 덕에 동서양을 넘나들며 경험이 많다.

날더러 아주 용감하다며 웃으신다. 자기네가 생각해도 호주 인들도 별로 다정다감하지 않아 친구하기 힘들단다. 그런데 먼 이국에서 메일 한통에 오다니... 내가 말했다. 왜 못가냐고? 그럼 내가 오래도 못 올거냐고 반문했다. 믿는 만큼 믿을 수 있나니... 그게 좀 무례한 듯 보여도 정감있는 한국인이라고... 날 믿어도 된다고 자신했다.

 

 

여행 TIP

간사이 공항은 당일 출발객(stop-over)은 신청만하면 공항이용료가 면제다. 2650. 적은 돈이 아니다. 시드니 공항이용료는 항공권에 포함이고. 니코간사이 호텔은 정말 끝내준다. 내가 묵은 제일 깨끗하고 좋은 호텔이다. 물론 공짜. 전망대와 프라자 등 둘러보는 데만 하루 족히 걸린다. 아침 정통 일본 화식도 좋다. 맛은 별로라도 보는 재미가 어딘가? 그것도 22000원짜리가 공짜! 인원이 2세대에 걸쳐 네명이나 되니 돌아 올때는 짐을 줄여도 휴대하는 가방수가 점점 늘어난다. 물론 1인 하나씩 책임을 지워도 서로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도 시드니 공항 면세점에서 카메라 가방이 빠진 걸 알았다. 그것은 당연히 내 책임인데 포도주 사느라 정신이 없었든지... 이 난관을 어이 할꼬? 출국카드 쓸 때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놓은 것 같아 가서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서둘러 검색대로 가니 다행히 가방이 보였다. 검색한 후 각자 하나씩 드느라고 카메라를 놓친 모양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영어 아니냐. 내 것임을 알리니 몇 가지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 진술하라 묻는다. 당근 영어 유창 그자체로... 체증이 다 풀리는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 당황이었다. ! 미리 영어 해두길 잘했지.

 

후기

 내가 누군가. 마침 우리가 떠나 오는 다음날이 두 분의 42주년 결혼기념이란다. 내가 있으면 무슨 형태로든 이벤트를 기획해 보겠건만... 오면서 정말 감사의 표시로 꽃이라도 사 드리라고 돈을 조금 놓고 나왔다. 떠나는 아침 앤드류가 배웅차 나오길래 부모님 몰래 나대신 멋진 선물을 하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을 일을 부탁했다. 아주 좋아했다. JAL측에는 제발 기내식을 동서양식으로 구별해서 달라고 건의를 했다. 야생동물원에서는 여행소감을 묻는 켄버라대학관광학부의 설문지에 꼼꼼하게 답해 보냈다. 추첨 상금이 A$500이니 누가 알아?

 

 

(총경비) 항공권; 933000 x 4 = 3732000

일본 교통비, 간식비, 귀로 공항세; 270,000

한국의 날 식비 기타 기념품; 400,000

결혼기념일축하금; 140,000

 

; 4,542,000(내 부담; 3,732,000 + 상욱저금; 470,000 + 예은저금; 340,000)

 

 

* 2003. 1. 18 켄버라 대 화재로 우리가 머물던 더피의 톰슨네 집이 인근 500여채의 주택과 함께 전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모두 외출 중이어서 천만다행이었지만...새 집을 짓는다니 다시 new home stay를 할까보다. 새집이 완성되면 제임스, 산드라 부부가 우리집을 방문하시겠단다. 언제든 오시라...2004.12.25일께 새 아파트로 이사하셨단다. 언제든 다시 오라니..그램 결혼식에나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