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기

여행-4) 충격의 유럽 여행기 -2001.9-

Dr조은샘 2021. 12. 15. 19:04

올 한해(2001)는 국제적으로는 미국 테러 사건(9/11)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온 세계의 관심사였지만 이런 세계적인 사건이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몰랐답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태풍이 부는 이유도 아마존 밀림에서 나비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 바람 일으킨 것이 원인이 되어 큰 폭풍우를 초래한다는 이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11월 우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OMDEX-2001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테러로 미국행이 어려워 대신 예정에 없던 유럽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독립 생활하라고 두고 싶었지만 아침에 못 일어날까봐 외할머니가 애들을 봐 주셔서 8일간 둘 다 회사, 학교일, 강의 등 무리를 해 가면 이태리, 스위스,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 2주간의 중국 여행에서 받았던 문화적 충격이 컸던 기억이 유럽행을 재촉하게 되었나 봅니다. 세계 문명의 70%가 유럽에서 발원되었고 그 70%가 로마라 하여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으로 결행한 것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 미처 여행 준비도 못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상품을 사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 정말 나답지 않다는 자괴심을 가진답니다.

 

아마 미국 뉴욕과 런던 다음으로 긴 국적기의 시베리아 횡단 항로로 13시간의 비행 후 로마 레오나드로 다 빈치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나는 장거리 여행은 거의 초죽음으로 맞섭니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오후 4시경에 인천을 출발 했는데 도착하니 또 오후 5시여서 1시간밖에 안 걸려 하루 벌었구나 하며 좋아했답니다. 올 때는 이틀 걸리는 줄 모르고. 추적추적 가을비는 내리고... 패키지 여행상품은 편한 건 좋은 데 나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모든 게 거의 결정된 사항이어 나는 불만일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먹는 문제. 외국서 먹는 한식은 정말 최악입니다. 증말 싫다.

 

다음날 아침으로 가 봤다와 사진 찍기일정이 시작되었다. 바티칸박물관과 교황청 정말 대단합니다. 나는 예술엔 문외한이어 뭐라 느낌이나 감동도 별로 없지만 정말 대단합니다. 규모도 그렇고 정교함과 교과서 사진으로 보던 것을 직접 대하는 기쁨이란..,,전율이란 말이 있는 데 나와 아내는 한눈에 뿅 가는 경험이 없어서 못 느꼈는데 정말 이게 문화라는구나 하는 걸 느꼈답니다. 대리석을 종이장이나 밀가루 반죽보다 더 세밀하게 다듬어 여인의 비단 치맛자락이 휘날리는 모습보다 더 부드럽게 표현한 조각과 건축물들... 흔히들 그러죠? 백문이불여일견(seeing is believing)이라고. 그렇습니다. 표현 할 수가 없네요. It's beyond my description! 정말 며칠씩 숙식 해 가며 둘러보아도 다 못 본답니다.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천지창조 방에는 그냥 죽치고 앉아야 합니다. 위대한다는 말을 하지만 실감하지는 못했는데... 예술이, 종교가 이 위대한 인간의 일생을 그랬다면 그 두 가지는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아서라 난 빠져 들지 말아야지.

 

로마 시내는 전부가 유적입니다. 책 한 권도 모자라니까요. 특히 로마의 옛 흔적은 압권이었습니다. 말로 표현된다면... 트레비 분수엔 세계 각국의 선남선녀들이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뒤로 동전을 던져 넣고 있답니다. ‘자슥아...니네 소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 분수를 관리하는 로마시장의 꿈이 이루어지나니하며 나는 동전을 던져 넣는 대신에 주워 올려했습니다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본전만 했습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로마 교외여서 아침 공기가 상쾌하여 조깅을 즐겼죠.

다음날은 폼페이. 긴 반도를 타고 내려가며 보는 풍광도 좋답니다. 맨 앞 좌석에 앉아 절대 졸지 마세요. 전부 눈에 넣어 오자구요. 그 때 로마귀족들도 우리나라 조선시대 양반만큼이나 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금의 부자나 재벌은 불쌍하잖아요? 밤새 죽도록 일해야 되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예전 양반이야 평생 손에 물 한번 안 묻히고도 살았으니... 개화기 때 테니스가 처음 조선에 소개 되어 외국 고관들이 땀 흘려 운동하는 것을 본 양반들이 저런 쯧쯧쯧... 그리 힘 든 일이면 아래 것들이나 시키지 않고...’하셨다나요?

 

다음은 소렌토입니다. 나는 음악에도 젬병이어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노래 때문에 말 못할 기억이 있답니다. 왜 우리도 이런 말은 하지 않습니까. ‘돌아오라 내 사랑그래서 나는 이 노래에 나오는 지명이 소렌토로인 줄 알았다니까요. 근데 이게 영작하면 ‘Come back to Sorento"라나요? 그 후 중학교 때.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사람이 드보르작이쟎습니까? 난 이 자를 으로 알았습니다. 9번 합창 교향곡은 베토벤이쟎습니까? 그래서 음악 답지에 유모레스크 작곡자를 드보르라 적었다가 피 본 적이 있다니까요. 시골학교 수준답지요.

 

카프리 섬은 80달러 더 내고 우~ 갔답니다.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운운하고 또 여기까지 와서 못가면 후회한다며 하도 협박을 해서 페리 보트로 한 40-승합 버스로10-개인용 곤돌라로 20. 날씨가 좋아 폼베이 뒤 편 베수비오스 화산이며 나폴리 항과 검푸른 지중해를 보았답니다. 아주 좋았고. 한국 운전사보다 더 귀신같은 카프리의 운장들!, 나폴리를 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거니 합니다. 나폴리가 바로 방울 토마토 피자와 해산물 스파게티의 본고장입니다. 우리가 먹는 치즈니 야채니 온갖 고명을 얹은 피자는 한끼 식사대용으로 원래 밀가루 반죽 위에 토마토 소스만 뿌려 구워 식전에 조금 뜯어 먹는 본고장 나폴리 피자에서 많이 미국식으로 변형된 것이랍니다. 그냥 구운 밀가루 빵처럼 바싹하고 별 맛은 없이 먹는 데 옆에서 하도 꽥꽥대며 노래를 불러대서 우리는 시끄러우니 빨리 가달라고 돈을 주었는데 녀석 고맙다고 또 부르고 난리야. 노래하고 사랑하고 먹고 자고 이야기하는 인종이 이탈리아 민족입니다. 기차에서 짐 올리다 옆 사람과 시작한 이야기가 대개는 종착역에 와서야 짐도 채 얹지도 못하고 도로 내리는 게 이태리 사람이랍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잡고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뚱땡이에 말은 많죠. 사기도 잘 쳐요. 자그만 동양여자 보면 코 크고 키 큰 남자 다가와선 꼬신답니다. 일단 한 번 해 본대요. 아님 말구. 저 놈의 입장에서야 손해 볼 것 없는 본전이니까. 나쁜 점 이야기할 때 서양인치고 가장 우리나라 사람 닮은 게 이탈리아래요. 식생도 비슷 하구요. 반도라서 대륙과 해양 중간 기질이래요. 그래도 이 나라가 지구상에서 의식주가 가장 발달한 나라랍니다. 섬유와 패션의 발상지에 생필품 피혁, 유리도 최고고 올리브에 포도주, 오렌지, 방울토마토로 만든 피자와 파스타, 스파게티로 세계를 제패했고 이태리 가구, 대리석, 건축자재는 최상입니다. 거기다 오페라와 칸소네로 대표되는 음악, 미술, 조각 등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빠질게 없는 나라입니다. 유사 이래 세상을 지배한 종교 카톨릭, 로마제국을 생각해 보면 비단 정치, 경제 뿐 만아니라 사회, 문화까지 전 인류의 문명이 여기서 발원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피렌체도 대단한 도시입니다. 르네상스가 여기서 시작되었답니다. 다빈치의 고향이죠. 어디든 있는 두오모(중앙이란 뜻) 성당은 정말 대단합니다. 종교 아니면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말 종교에 대해 경외감을 가져야 하나 봅니다. 밀라노에서도 돈으로 바른 르네상스를 보았고 몇 백 년 수령의 가로수 아래로 달리는 새벽 조깅도 상쾌했습니다. 꼬모라는 국경 섬유 도시는 호수에 폭 쌓여 이쁘다는 말 밖에 안 나옵니다. 버스로 이태리-스위스 국경을 넘어 14키로의 세계 최장 터널 속서 교통사고가 나 통행금지라 해발 3500미터의 산길을 넘어 왔답니다. 운장이야 죽을 맛이지만 우리야 눈이 즐겁지. 만년설 위에 쏟아지는 자외선의 무차별 공격도 받았구요. 스위스 루체른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시내를 다니기도 했구요. 중세의 고성에 올라 보았고 붉은 벽돌집이 옹기종기 앉은 모습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그림같다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루체른 호수가의 아침 런닝! 아무리 뛰어도 숨이 차지 않고 다리에 피로가 쌓이지 않는 답니다. 물새도 같이 날아 줍니다.

 

일행 중에 생일 맞은 아줌씨가 있어 이국땅에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정선아리랑 한 소절에 작은 파티가 있었구요. 밤엔 카지노에서 수백 프랑을 꼴아 박았답니다. 너무 아까버라! 처음 200프랑 정도 땃을 때 그만 둘 걸...

 

눈 속의 해발 4000m 융프라우요흐에 올라 고산병을 경험하기도 했구요. 고산병에 먹는 짠 스위스 음식... 최악이었고. 최고 높은 우체국서 쓰는 엽서도 멋지죠? 알프스를 그리라면 하얀 눈세계로 그려야 할 것 같네요.

 

다음날 취리히에서 비행기로 파리로 이동하여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난 이것이 모나라자, 모니라지, 모자리나, 나중엔 모자라나까지 가더라구요. 모나(마담)+리자, 리자라는 죠콘다라는 명사 부인의 초상화랍니다. 왜 유명한 작품일수록 사람들이 많고 또 오랫동안 감상하지 않습니까? 왠지 아세요? ‘이거 어떻게 쌔벼가지하고 다들 생각한답니다. 물론 그런 유명작품일수록 경비가 삼엄하여 끝내는 훔쳐가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포기하여 발길을 되돌리곤하지만. 나도 그랬습니다. 일행더러 ! 가자. 니 머리로는 도저히 못 훔쳐했더니 자슥 흠칫 놀라대요. 노틀담 사원이랑 시내를 다녔습니다. 참 좋은 곳이었지만 집시 소매치기가 많아 늘 신경 쓰이던 기억도 있구요. 조상 덕에 선진국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세느강 유람선 누구나 타잖아요. 밤 풍경도 좋았고 에스까르고 달팽이 음식은 정말 맛 없어요. 동행했던 많은 새로운 친구 분을 만나게 된 것도 큰 행운입니다. 많은 외국인도 알게 되어 계속 친교를 유지 할까합니다. 자주 그런 기회를 갖기도 하지만 물가가 비싸 내 돈으론 힘들겠고 그 친구 덕이나 보면 다시 한 번 더 가고 싶기도 합니다.

 

다음은 이집트, 그리스, 터키, 스페인의 가우디와 알함브라궁전으로... 그럼 유럽은 끝이다.

 

(2001. 11. 89일간 로마-폼페이-소렌토-카프리-나폴리-피렌체-밀라노-루체른-융프라우-취리히-파리를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