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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14) 차로 즐기는 부산 베스트 9선(근교편)

Dr조은샘 2021. 12. 14. 11:48

1. 대송, 艮絶岬 등대

부산에서는 일단 기장 넘어 좌천방향으로나 해안가 문동으로 접어 들어 월래 지나 서생면 나사리 거쳐 대송마을 수퍼앞에서 바다쪽으로 우회전 하면 대송초등학교 지나 등대에 도착할 수 있다. 밀레니음 해맞이니 뭐니 하여 주차장과 길을 내는 바람에 일대가 너무 휑하지만 그래도 등대 송림 앞 초등학교는 너무 이뻐 이런 학교 여선생님이랑 미팅을 하고 싶어질 정도다. 문득 일직하는 교무실로 찾아 들고만 싶고... 송림 속 하얀 등대가 보이고. 지나는 바닷가의 풍광도 일품이고. 해송의 간드러진 모양이 더없이 좋고 알싸한 갯바람 내음도 폐부를 훔친다. 등대 아래로 난 해안선 시멘 포장길가 걸게 그림이 바람에 펄럭여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좋다. 비박용 해먹 길게 드리우고 누워 흔들거리며 몸을 맡겨 책이라도 읽는다면 신선이 뭐 부러우랴! 두어라 이만하면 족하도다. 또 더하여 무삼하리요. 중로엔 효암 봉수대 흔적이 있고 서생의 배가 유명하다. 봄날의 이화월백도 운치지만 늦가을 가로변에 차 세우고 사먹는 배 맛의 싱그러움도 잊기 힘들다. 성수기에는 주차비를 징수하는데 복잡하지 않는 날은 입구에서 등대 지나 아래 해안 거쳐 횟집촌 앞 방파제까지 찻길은 열려 있다. 등대에서 마을 위로 광활한 초지와 놀이 시설이 있어 몇 백명 야유회도 충분한 곳이다. 지금은 주차장인지 위락시설인지 공사가 한창이다. 자연은 후손에게서 빌려온 것임을 안다면 그리 무지막지하게 파헤치진 못할건데... "두어라 .. 이라한들 .. 일일 줄 있으랴" 횟집 위로 오르면 거대한 송림이 펼쳐져 한여름 밤을 보내도 좋은 곳이다. 멀리 온산공단이 아스라히 보이고 방파제 끝에서 보는 백두파도 일품이다. 조무래기들은 자갈 해수욕장에 몸을 담궈도 좋을 듯.

 

2. 울밀선, 영남 알프스

언양 IC로 나와 석남사 길을 따라 산전, 궁근정 지나면 청도 가는 길을 왼쪽으로 두고 석남사 앞 주차장 지나 산길이 시작된다. 석남사는 비구니의 도량으로 그야말로 파르라니 깍은 동그란 머리가 예쁜, 앳된 얼굴의 여승을 본다. 우리같은 무지랭이야 무슨 사연이 있어 이 나이...’에 하겠지만 어이 알랴 그 높고 깊으신 뜻을... 11월 말경 떨어진 낚옆 밟는 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길은 굴곡이 심하나 드라이브 재미는 한층 더하다. 언양은 불고기와 미나리가 제격이나 불고기는 이미 도시화하여 옛 맛을 잃은 지 오래다. 살티 고개 천주교 성지위로는 왼편으로 배내가는 길이 산정상 중간정도까지 포장이 되어 있다. 석남터널 못미처 집단가게가 있고 아래로 내려다 보는 멋이 더없이 좋다. 터널이 정상부분인데 오른쪽으로는 고헌산, 가지산, 운문산이 버티고 눈 아래 왼쪽으로는 취서, 신불, 간월, 천황, 재약산 등 1200고지가 일대 관병식하듯 늘어져 있는 대 스펙터클! 장관이란 말이 이런 때를 대비하여 생긴 말인 듯. 내리막 길이 끝나는 남명리에서 좌회전 좁은 길로 들어서면 얼음골과 호박소, 오천평 반석, 구연폭포에 들를 수 있다. 스트레스 많이 받은 얼음골 꿀사과의 고향이다. 꿩고기를 전문 식당도 있어 꿩토렴을 맛볼 수 있다. 군데 군데 위락시설 공사 중이어서 완공 후에도 이용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한다. 얼음골에서 허준선생과 스승 유의태의 발자취라도 살펴 봄 직하고. 진짠가? 모르겠다. 중로엔 양식 은어를 파는 곳이 있다. 20km 더 내려가면 금곡리에서 좌회전하여 표충사에 이른다. 산채비빔밥과 염소고기가 아주 풍미가 있고, 가을날 길가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밀양대추의 본산이다. 귀로는 밀양으로 잡으면 송림이 우거진 가회 송림 가로를 즐길 수 있다. 유천이 멀쟎다.

 

3. 운문령-운문사

석남사 못 미처 궁근정에서 삽제고개로 가든, 청도길로 가든 산길로 운문사에 도달할 수 잇다.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에 눈이 어지럽다. 운문령을 넘으면 생금배리, 통점 등 이름도 고운 마을을 만나고 운이 좋으면 말탄 목장 아저씨를 만나 애들의 눈이 화들짝 뜨이는 길이기도 하다. 삼림욕 휴양지가 있는 작은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다. 산 속에 고인 큰물 운문호수를 끼고 도는 드라이브 길이 예사롭지 않다. 동곡에선 비구니들만 먹는 독특한 짜장면 집을 그저 지나칠 순 없다. 운문사 새벽 4시 여학승의 청아한 독송이야말로 소리 여행의 압권이다. 소리여행에 적었으니 보시라! 북대암, 내연암을 거쳐 사리암 오르는 한 시간 고행 길도 숨이 턱에 찬다. 이후 청도, 밀양으로 귀가해도 좋을 듯.

 

4. 배내(梨川) 

부산 근교에서 유일하게 남은 맑은 계곡으로 짚차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 역시 석남사 앞 천주교 묘지를 지나면 왼편으로 배내골, 파래소 표지가 나온다. 초입에는 제법 포장, 확장이 잘되어 기분이 좋다. 산정에 몇 군데 휴양시설이 있고 내려가면 비포장 자갈길을 만난다. 사슴목장이 있고 파래소라는 폭포겸 소를 등산할 수 있다. 군데군데 맑은 물이 있어 어른들도 충분히 물놀이를 즐길만하다. 이천분교 넘으면 길은 외길로 교행이 불가능한 울퉁불퉁 자갈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성불암과 풍호대가 있고 선리막걸리가 걸쭉하니 마셔 볼 만하다. ,포장공사 중. 영포, 내포를 지나 원동, 물금으로 산길은 이어진다. 지금은 양산 유산 공단 지나 신불산 공원묘원 위로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드넓은 목장길로 배내에 닿을 수 있어 1시간 거리다. 사거리서 근교의 삼협같은 밀양댐을 거쳐 표충사까지 길이 예쁘다.

 

5. OK목장-건천

3)번 길로 가다 반드시 궁근정 국민학교에서 우회전하여 경주, 건천 가는 길로 접어 들어야 한다. 삽제 고개 마루에는 새로 생긴 갈비집이며 러브호텔이 몇 몇 있다. 참 우리나라 사람들 고기 먹을 줄 모르구나 하는 생각에 휩싸이며...오른쪽 비포장길로는 소호가는 길이다. 6.25사변이 일어난 것도 모르고 살았을 만큼 오지였다는데 요즘은 10분 거리에 차가 다닌다니...격세지감이랄까. 짚차 정도라면 신나게 달려도 좋은 길. 꼬부랑 논길로 태종까지 외길이 나 있다. 고개 넘어 직진하면 OK목장. 겨울에 눈썰매장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더 나아가면 꼬불꼬불 달리는 길이 정답고, 산내 지나 건천으로 이어진다. 중로엔 요즘 각광받는 건천 생고기집이 즐비하다.

 

6. 울산-강동, 방어진-강동, 정자

울산서 강동 넘어 동해가도로 동해구, 감포나 어일리, 추령고개, 덕동호, 보문단지는 산과 계곡, 강과 바다와 호수가 어울어진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울산 병영쪽에서 진입하는 강동길은 초입부터 도시속의 시골풍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꼬불꼬불 고갯길이 정답다. 이때쯤 박인수, 이동원의 "향수"라도 듣는 다면... 누군가 그랬다. "나는 정지용이 있어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나도....” 방어진 남목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주진쪽으로 접어들면 야트막한 꼬부랑길이 마음에 쏙 든다. 정상부근에 벚꽃도 만개해 있고...박재상이 떠났다는 만든(?) 전설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른편으로 바다를 끼고 즐기는 품이 여간 격조높은 게 아니다. 잊지 못할 추억이라도 있다면 문득 마음을 사로 잡을 것이다. 정자 위로는 작은 검은 자갈 모래 해수욕장으로 밟으면 울음을 우는 명사. 그대로다. 더 올라가는 길에 별로 내세울 것 없는 커피점도 하나 있다. 비바람 치는 날 목조 2층에 앉아 포효하는 백두파를 보는 것도 잊혀지지 않을 듯. 울기등대가 있는 고래 이빨, 대왕암 바위 공원도 한걸음 산책길로 좋다.

 

7. 웅촌-통도사 길

부산서 울산 산업도로를 타고 울산예고 바로 지나 휴게소 못미쳐서 좌회전하여 시골길로 접어든다. 특히 비갠 오후의 안개 자욱한 날의 드라이브... 길은 정갈한 시골 아낙처럼 순박하고... 중로에 누구 손이라도 들면 차를 세우고 옆에 태워 주고 싶다. 경부고속도로 위를 지나 통도환타지아에 닿는 데 아직 공사를 하고 있는 구간도 있다. 우리 강산 어딘들 눈에 익지않은 곳이 있으리요만 첨인데도 몇번씩 스쳐 지나 본 듯한 모습에 한번씩 흠칫 정신을 추스린다.

 

8. 천태산, 천태호

삼랑진 가는 길이야 여러 갈래지만 생림을 지나 일제 때 만든 낙동강 철교를 건너는 맛을 버릴 수야 없지. 어디로든 삼랑진역 지나 버스 정류장 넘어 양산쪽으로 2Km 정도 내려가다 한전 삼랑진 양수 발전소 쪽으로 접어들어 발전소 홍보관 앞을 지나 곧장 오르면 천태호 하부댐이다. 고기반 물반이라는 데 확인할 길은 없으나 계속 이어지는 산길을 기어 오르는 품이 여간 아니다. 산정상을 꼬박 넘으면 산위의 또하나의 호수가 눈앞어 버틴다. 네시가 나올듯한 거대한 산정호수. 압권이다. 비구름이라도 몰려오면 그야말로 구름속의 산책이다. 팔각정이 있어 운치가 있다. 예전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곳인데 지금은 차로 드라이브하기에 적격이다. 물론 되돌아 내려오는 길도 이쁘다. 천태산은 수로왕의 태가 기인된 성스러운 산이다(진짜?). 발전소 앞에 수로왕이 아버지의 은혜에 감읍하여 세웠다는 부은암이 있다.(진짜?) 원동, 물금으로 해서 양산으로 내려가는 국도도 재미있다. 삼랑진서 구포까지 낙동강변 기차길을 춘천 강촌길보다 더 아름답단다.(유홍준 말)

 

9. 대동-용산-여차-안양-도요; 낙동강변 길과 낙동강 철교

구포다리 건너 오른편으로 대동가는 방향으로 들면 대동화훼단지 지나 덕산정수장, 매리 취수장을 지나는 낙동강변길이다. 길건너 물금-원동 길도 좋아 보인다. 용산까지 연결되고 여차 새 길로 나가면 안양까지. 운이 좋으면 물안개 핀 강변로가 좋다. 꼬부랑 낙동강변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가면 예술촌이 있다. 낙동강을 가로질러 삼랑진으로 연결되는 일제시대에 만들었다는 편도 1차선 철교도 멋있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혼자만 독점하는 순간이 짧긴 하지만... 어디 이 길을 혼자만 가랴? 내가 좋은 것보다야 동행이 기뻐하는 모습이 더 좋은 때가 되었나 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