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기고 싶은 글

글-18) 사랑하는 내 딸 예은에게

Dr조은샘 2021. 12. 14. 11:57

사랑하는 내 딸 예은에게!

 

2주일 후 3일간의 귀가... 그리고... 상욱이랑 엄마가 면회도 했을테고...

과연 열심히 하였으니 스트레스나 풀고 놀았어야했는지? 얼마나 했다고 그러는 지... 칭찬보다 채근이 앞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본인은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새긴 목표는 있을 것이다. 물론 혀는 짧고 침은 길게 뱉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공부는 점수와 등수가 매겨지는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목표에 얼마나 근접한지는 스스로 알 것으로 본다. 대개 어릴 때 목표가 대통령, 사장 등등에서 갈수록 졸아 들다 이제 취직이 절대 절명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너가 세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현재 그 목표를 위한 공부가 얼마나 근접해 가는 지 아니면 이미 능가하여 만족하는 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모든 것을 대학 줄 세우기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판단의 기준은 된다고 본다. SKY대는 이미 물 건너 간 일이고(즉 향후 1년간 전교 수석을 한대도 이미 지난 1년 반의 결과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학기초의 부산대 의대도 거의 난망한 목표임을 잘 알 것이다.

 

현재 실력으로라면 동동동 중위권 정도 학과나 갈려나? 이미 고등학교 자체의 서열화가 되어 현재 2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음도 잘 알 것이다. 대학도 2류 이하에 인생도 그리 살고 싶은 게냐? 좀 안타깝긴 하지만 결론은 It's up to YOU! 너가 공부를 마치는 시점쯤에 어른이 된 후에 다시금 오늘의 이 안타까움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도 자식을 낳아 나같은 부모 심정이 될 터이니...

 

그럼 공부는 얼마나 해야 하는 걸까? 능력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일 휴식시간 동선까지 일치시켜 가며 하루 15시간 이상씩 적어도 1년은 매진해야 공부 좀 한 생각이 들거다. 아니하고 달성 될 수는 없는 게 이 공부다. 적어도 15000시간, 최대 5500시간 정도는 앉아 있어야 공부라고 말 할 정도다. 흔히들 판,검사되는 고시 공부는 6000시간씩 최소 2-3년은 해야 되는 것이니.... 유학도 그보다 못하진 않을게고... 아빠도 그마만한 공부는 못했으니 겨우 먹고 사는 지금의 상태로 밖에 살 수 없는 것 아니니? 나는 시골 출신여서 대학진학도 별로 생각 못했고 대학원, ,박사나 유학은 언제나 미리 준비하지는 못했었단다. 좀 더 빨리 알았으면.... 했지만 주위에 공부한 사람 아무도 없었고 나 스스로도 또 그리 열심히 하였노라 말 할 수는 없구나. 겨우 재수 1년 해서(진영중학교 때 사실 공부 한 게 아니거든) 2류 인문고등학교 가고... 3 1년 공부해서 겨우 2류 대학 가고.... 사실 니네 앞에 자랑할만은 못 된다. 하도 주위에 별로 큰 공부한 사람이 없어 박사한 게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더 많이 공부하여 출세하는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넌? 결코 부모와 동일한 정도로 만족하는 건 아니겠지? 세상은 점점 더 발전하고 좋아지는 것은 부모보다 자식이 더 열심히 공부하여 그들을 능가하기 때문에 세상이 더 나아지는 거다. 靑出於藍靑於藍이라 했거늘. 굳이 공부로 비교할게 아니라 얼마나 부모세대보다 더 내가 행복한가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지? 대개의 자녀들이 난 부모처럼은 살지 않을거야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 他山之石이라고 남의 경우를 보고 스스로를 다잡아야지.

 

겨우 2주일... (그것도 듣고 보니 별 것 아니더만) 하고 와서는 스트레스니 휴식이니 하는 너의 태도가 얼마나 가소로운지... 넌 그것도 공부라고 해 왔다고 뿌듯한 거냐? 애초부터 말했었지? 그쪽 학원의 수준이나 강의에 대한 평가는 별로 관심사가 아니라고... 다만 너의 학습태도가 좀 바뀌어 남은 1년여나마 진지하게 학습해 줄 수 있었으면 해서 보낸 것임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부모 말에 삐죽대거나 겨우 며칠 공부하고서 노고를 치하해 달라는 식의 항변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미진한 부분에 매진해 주는 게 더 성숙한 자세라 생각한다. 커가면서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살라 주었으면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지금 나이쯤이면 부모보다 높은 실력과 이상을 가지고 스스로를 개척해 나갈 정도 되어야하는 것 아니니?

 

초등학교 때는 열심히 노는 게 일이라 학원도 안 보내고 중학교 때는 몇 가지 시도는 해 보았다. 학원은 스스로 못 따라 간 것 알겠지? 성적은 중 상 정도로 답보 상태로 3년을 보냈고 고등학교 와서도 그 변화는 없었다. 거의 할 수 있는 최종 단계가 지금 기숙학원 아닌지... 본인이 지금 이 실력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어딘지 스스로 한번 챙겨 봐 주기 바란다.

 

남은 1년은 정말 너에게 정말 되돌릴 수 없이 중요한 한 해가 되겠구나. 공부에만 매진해 주기 바란다. 물론 교회나 친구 기타 공부외 다른 생활은 금지시킬 예정이다. 물론 지금에라도 인생의 목표를 수정하여 너 나름대로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언제든 상의해 주기 바라고... 아니라면 대학을 위해서는 1등급, 적어도 2등급 내에는 속해야 할 것이다. 이미 고 1,2때의 내신이 형편없는고로 향후에는 계속 1등급을 유지하여야 겨우 대학입학이 가능할 것 같아 지금 이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SKY 대학을 간다면 서울 유학이니 너 의지대로 자유롭게 대학생활을 하게 되겠지만(그래도 대학에서의 목표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매사 통제를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하여라. 기회는 언제나 주어졌지만 스스로 잡지 못하였음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생은 다양하고 다른 삶의 방법도 있음을 잘 알 것이다.

 

향후 1년여는 잠을 줄여 공부해야 할 것이다. 정말 4-5시간 잔다는 말이 실감이 나야한다. 이건 누가 본다고 폼 잡을 일이 결코 아니다. 그럴진대 하물며 빈둥댈 시간이 있어야 되겠니? 그리고 스스로 갖춘 후에 나서주기 바란다. 넌 생각이 다른 지 모르겠으나 쥐뿔도 없는 게 남 앞에 나선다는 건 부끄러운 일임을 잘 알고 겸손하고 조용한 가운데 실력을 쌓아주기 바라노라. 스스로 마음잡기가 쉽지는 않다. 마음으로 잘 안되는 일은 우선 몸이라도 다잡아 메어 두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형식도 내용 못지않게 내실을 다지는 데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네 체질에 맞는 공부 메카니즘을 개발하되 적게하고 높은 점수를 얻는 일은 결코 없음을 명심해 주기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 너의 능력을 믿는다.

 

 

2002. 8. 19.